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지난해 자산 매각 규모는 약 220억 달러(약 24조5000억원)에 달했다.
BP는 지난해 4월 멕시코만 연안의 '딥 워터 호라이즌' 굴착시설 화재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로 수백억 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해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된 멕시코만 사태 수습을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매각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자산 투매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우려 섞인 예상과 달리 BP의 자산 매각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일부 매물은 장부가격의 2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려 나갔다.
다국적 에너지 업체 로열 더치 셸과 미국의 엑슨모빌 등도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한 해 국제 석유 메이저의 자산 매각 규모는 500억 달러(약 55조7000억원)에 달해 1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에너지컨설팅 전문업체인 PFC에너지는 "국제 석유 메이저가 매각 가능한 자산은 총 1500억~2000억 달러 상당"이라고 추산하고 "처분 가능한 자산은 보유 유무가 회사 실적이나 장기 성장 전략,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석유 메이저가 자산 매각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은 큰 몸집을 꾸려 가는데 현재 성장 전략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된 점이 결정적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한 상품 애널리스트는 "국제 석유 메이저의 경영 모델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엑슨모빌과 셸, BP, 프랑스의 토탈, 미국의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6대 석유기업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최근 5년간 5%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미국의 아나달코페트롤리엄, 아파치 등의 투자수익률은 8.3%, 한층 더 작은 규모의 영국 툴로우 오일은 38%로 조사됐다.
최근 이같은 차이를 기업과 투자자들이 의식하기 시작했고 결국 기업은 생산성,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매각하기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석유 메이저는 매각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LNG, 심해 유전개발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