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現地化)’되지 않은 조직으로 중국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갖가지 어려움이 따랐고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소위 ‘꽌시(關係)’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기업들은 장기 파견자를 늘리고 현지화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덕분에 수교 20여 년이 돼가는 현재 기업마다 중국통을 적지 않게 보유하게 됐고 중국 사업도 비교적 순조롭게 정착돼가고 있다.
정부 부문의 경우엔 ‘현지화’가 아직 걸음마단계나 마찬가지다. 중국에 파견될 때 '보통화(普通話)'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도 드물며, 장기적으로 근무하면서 업무를 챙기는 사람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 부서에서 일정 기간마다 본부와 중국을 오가며 근무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에비하면 중국이 한국에 파견하는 외교관들은 비교적 전문성이 강하다. 적어도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췄고, 북한과 순환근무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식견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 복귀해서도 주로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실력을 쌓는다. 부서장은 대개 수십 년간 ‘한 우물’만 파온 사람들이다.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 때문일수 있고, 우리와 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미봉적 구조’로 중국과 외교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 판이한 정체(政體), 잦은 정권 및 인사 교체 등으로 외교의 한계를 절감하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정부부문의 현지화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안에 몇 사람 모아 놓고 가끔씩 회의를 갖는다고 중국과의 외교 현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실무부서에 적정수의 중국통을 배치해야 한다. 미국통과 적어도 균형 잡힌 인사배치는 이뤄야 한다. 소위 ‘미국통’ 일색으로 사람을 배치하고는 중국 정부에 이해를 구해봐야 공감이 어려울 것은 뻔한 이치다. 어떤 중국 친구는 한국이 말로는 중국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통들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관련업무에 힐쓸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사람관계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잦은 인사교체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게 할 뿐 효과적인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중국통을 많이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에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두 대국과 주변국의 ‘게임’에 좌우되는 불행이 더는 되풀이되선 안된다. 철저한 중국 현지화 전략을 통한 정부 부문의 준비가 시급한 때다.
(베이징 = 이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