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면에서 국내 3위인 신한지주가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업계 2위인 KB금융은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금융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은 다음달 초부터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8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의 5조2500억원보다 50% 이상 증가된 수치다.
우선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곳은 신한지주.
신한지주는 지난해 약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이는 예대마진 확대 노력으로 수익률이 개선됐고, 국내 소비시장이 살아나며 신한카드의 수수료 수익이 증대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KB금융은 200억~300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희망퇴직에만 6800억원을 썼고,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여타 금융회사보다 컸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영진 교체로 충당금을 모두 현실화 한 것이 실적 감소를 불렀다”며 “아직도 충당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거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는 1조4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도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대투증권의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이 2870억원에 다올자산운용에 팔리며, 사옥 매각 차익 등 일회성 이익에 힘입어 1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외환은행 역시 하이닉스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 안팎의 이익을 거둘 예상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외경기 불확실성과 금융규제 강화, 순이지마진(NIM) 축소에도 금융권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줬다"며 "이자수익을 확대하긴 어렵겠지만 신용카드 등 비이자수익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권 실적은 올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2~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여 은행권 이자수익 개선이 예상되고,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대손충당금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또 현대건설 등 보유 기업의 지분매각을 통해 일회성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을 보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