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으로부터 대선 출마 요청을 받았던 벤 알리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방영된 TV 연설에서 "종신 대통령이 되는 것에 나는 '노'(no)라고 말하겠다"며 "헌법에 규정된 대선 출마 연령 상한선(75세)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987년 당시 하비브 부르기바 대통령을 무혈 쿠데타로 축출한 벤 알리 대통령은 2009년 5번째 연임에 성공해 23년간 장기집권했다.
그가 이날 헌법 개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 약속을 지킨다면 차기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연합
그는 또한 "폭력사태는 이것으로 충분하고, 희생자들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폭력 중단을 촉구한 뒤 내무장관에게 보안군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시위자들에 대한 총격 금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들을 이해한다"며 사회적 병폐에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등 최근 사태 확산에 잘못 대처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완전한 정보의 자유와 인터넷 접근 등 민주적 개혁 조치는 물론이고 다원주의의 활성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바란다고 말했다.
설탕과 우유, 빵 등 주요 식료품 인하도 약속했다.
6선을 포기하겠다는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수도인 튀니스 시내에는 경적이 울려 퍼지고 군중이 몰려나왔지만 이것이 정부에 의해 계획된 모습인지는 불명확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튀니지 폭동은 지난 연말 대학 졸업 후 일자리가 없어 무허가로 청과물 장사를 하다 경찰에 단속된 한 청년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촉발돼 최근 대규모 소요로 이어져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날도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 이를 지켜보던 시민과 미국 언론인이 다쳤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수도뿐 아니라 휴양도시인 하마멧에서도 시위가 발생했으며 노동조합 조직들은 튀니스와 일부 지역에서 14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국제무장세력인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레브(AQIM)를 이끄는 압델말렉 드루크달은 방송에서 튀니지 시위자들에 대한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와 미국은 자국민의 튀니지 방문 자제를 당부했으며 프랑스는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