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90년대 후반 의약분업이라는 의료계의 지각변동이 발생하자 의사와 약사들이 진료소와 조제실을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이권을 주장함에 따라 서서히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신비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그동안 약사의 임의 조제에 대해 적용하던 약국의료보험제도가 폐지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받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당시 제도의 시행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장기간 진료행위를 거부함으로써 국민의료서비스에 심각한 불편을 야기했고 약계 또한 자신들만의 이익을 고집하는 등 의약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전국민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정책에 혼선을 빚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비의 과다 지출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을 사는 등 제도시행 10년이 된 현재까지도 의약분업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듭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된 올해에도 어김없이 관련해서 토론회가 열렸고 또다시 제도의 유효성과 실용성 논란, 직군에 따른 이권다툼이 심화되려 한다.
올해 의약계의 최대 화두는 한의계에서 점유하고 있는 ‘약침’에 대한 위법성 여부와 규제, 환자의 편의를 위한 병원 내 약국 개설, 접근성 증대를 위한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약침은 한의계 약침학회에서 개발한 한방치료법 중 하나로 한약제와 화학제료를 혼합해 치료효과를 높인 약물을 침 시술에 사용하는 것으로 양의계에서는 주사제이자 주사법이라고 반박하며 한방 고유의 치료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약침 액 자체도 한약제제로 보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약침이 한의계 고유의 치료법이라는 점은 일부 인정됐지만 약침의 핵심인 ‘약’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는 상태여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침이 양의계와 한의계의 이권다툼이라면 병원 내 약국 개설과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는 양의계와 약계 간의 이권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의약분업 때부터 지속된 양의계와 약계간의 갈등이 10년만에 또 다시 수면위로 부각된 셈이다.
약계는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위상과 시장이 양의계의 주장처럼 원내 약국 개설과 슈퍼판매로 이어질 경우 사실상 직군자체의 존립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양의계는 양의계 나름대로 국민건강과 편의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의료일원화를 통한 최상위, 유일의료직군으로 군림하려 한다는 것이 한의계와 약계의 주장이다.
결국 3계 직군의 이 같은 논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건강이나 편의 증대가 아닌 자신들 직군의 이권을 지키거나 늘리기 위한 다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의약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또 다시 불거진 의약계의 이권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