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최석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혐의 사실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태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이어 “이미 확보된 증거 자료와 유씨가 구속돼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나아가 수사 경과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한 태도,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보면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유씨에게서 1억1천만원을 수수하고, 지난해 8월에는 유씨에게 4천만원을 주면서 국외 도피를 권유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소환해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강 전 청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 내용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강 전 청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보강조사 등을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피의자 스스로도 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4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씨를 만나 4천만원을 건네주며 해외 도피를 권유하기까지 한 혐의를 감안하면 더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2일에는 유씨에게서 경찰 인사나 함바 수주ㆍ운영 편의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3천500만원과 인천의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혐의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애초 검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검토해 금명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돼 결론을 내는데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