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서는 솔직하게,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두 남녀는 동거를 하고, 사랑을 하고, 꿈을 나눈다. 이들의 로맨스 속에는 야릇한 사랑의 몸짓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엔 젊음이 있고, 미래가 있고, 배려가 있다.
그렇다고 ‘동거’라는 사랑의 방식에 대해 두둔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연극을 보는 동안만은 우리는 이들의 사랑에 공감하게 되고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된다.
주인공 ‘이경민’과 ‘남정은’역을 맡은 김영빈과 김지현의 연기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젊은 세대 역할인 만큼 서슴없었다. 이들의 사랑은 알콩달콩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렇다고 한없이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많지만 결국 서로를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성숙한 사랑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들의 재기발랄한 모습에 함께 깔깔대며 웃다가, 두근거리는 로맨스에 숨죽이며 보다가, 가슴을 울리는 눈물에 못내 안쓰러워진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는 모습도 프로다워 보이게 했다.
이 연극을 살려주는 ‘감초’역할을 하는 중요한 두 등장인물이 있다. 바로 옥탑방에 사는 ‘고양이’들이다. 고양이라고 해서 진짜 고양이 두 마리가 나올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바로 고양이를 표방한 두 배우가 ‘멀티’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소극장 무대인만큼 협소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이 고양이 두 ‘마리’가 변화를 주며 장치를 재빠르게 이동시키기도 하고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주거나 끊어주는 ‘긴요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이 고양이들 때문에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대도 너무 옥탑방 위주로 나오다 보니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가끔씩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는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웃음을 선사해주는 극의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가 1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단 한 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해 내고 어떠한 반응에도 당황해하지 않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침착함도 묻어났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20~30대에게만 어울릴 연극일 꺼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웃음코드는 그 이상의 세대들에게도 통하는 듯 했다. 전 관객이 너나할 것 없이 깔깔대며 웃게 되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 스타 캐스팅도 지나가고 이렇다 할 무대 연출 기법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쨌든 유쾌하고 뒤끝 없는 연극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