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정확하게 3년 만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국내총생산(GDP)과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증시가 먼저 `1조 달러 고지'를 달성한 셈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달러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작년 말 1조50억달러로 2007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1조170억달러) 이후로 처음으로 1조 달러를 회복했다.
폐장일에 코스피지수가 2,051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천141조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134.8원으로 떨어지면서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가총액은 원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잇달아 경신했지만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1조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7년 1조1천억 달러를 훌쩍 웃돌았던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2008년에 들어서자마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2008년 11월20일 3천220억 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주가회복 과정에서는 원화 기준 시가총액이 최저 477조원에서 작년 말 1천141조원으로 139% 증가하는 동안 달러 기준으로는 212%(3천200억 달러→1조 50달러) 급증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1천6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1천1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국인이 얻은 차익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당장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GDP와 교역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는 2011년 1조563억 달러로 대망의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멕시코(1조 414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무역규모도 수출 5천130억 달러, 수입 4천880억 달러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맞을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보고 있다. 실물경제를 선반영하는 증시가 이에 앞서 1조 달러 시대를 연 셈이다.
`유가증권 시가총액 1조달러'는 외국인에게 국내증시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말 2,051로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2,064)를 불과 0.6% 코앞에 뒀지만, 달러 기준으로 국내증시의 `몸집'은 2007년 10월20일 1조1천430억 달러에 14%가량 못미친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덩치가 사상 최대규모로 커졌음에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2007년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며 "외국인으로서는 한국 증시가 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우리에게 코스피 2,000과 외국인에게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며 "유가증권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안착하는 것으로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 2,000 안착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코스닥시장까지 더한 국내증시의 달러기준 시가총액은 작년 말 1조899억달러를 기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