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멈춘 내수시장…中후판 수입확대로 '나비효과'

2010-12-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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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선박 가격이 최고점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원가절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은 중국산 후판 수입량 확대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에 근무하는 구매 담당자의 푸념이다. 국산 후판보다 t당 100달러 이상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을 확대할 경우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대형 조선들은 중국산 후판 사용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내년에 올해보다 10배 늘어난 20만t 규모의 중국산 후판을 수입한다.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중국산 후판 수입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후판 생산시설을 경쟁적으로 늘린 국내 철강업체들로써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렸던 국내 후판시장에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함으로써 철강업계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형 조선사 왜 중국산 후판 늘리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한진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 6곳의 2009년 수주량은 전년대비 84% 가량 급감했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신조선 발주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가 역시 2006년 최고점 대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록 올해 11월까지 세계 선발 수주량이 1억1010만DWT(재화중량t수)로 2009년 전체 수주량 대비 105% 가량 증가했지만, 선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선사 입장에서는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원가절감이 절실하다. 후판은 선가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과 일본 철강사들은 2011년 1분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고 있지 못하다. 일본 업체들은 엔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원화 강세가 예상돼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은 점도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사용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81만t으로,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28만t, 대우조선해양 18만t, 삼성중공업이 2만t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업체 전략 수정 불가피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국내 후판 생산업체는 포스코과 동국제강 두 곳뿐이었다. 이들의 연간 총 생산량은 포스코가 530만t, 동국제강이 290만t으로 총 820만t에 불과했다. 지난해 총 수요량은 1250만t 정도였다. 나머지 430만t은 일본과 중국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올해 설비추가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포스코는 지난 8월 광양제철소를 준공하고 연간 생산량을 200만t 추가로 늘렸다. 동국제강도 당진공장을 준공하고 150만t을 증설했다.

현대제철도 당진 일관제철소 1고로 가동에 이어 2고로 화입을 시작으로 후판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두 개의 고로에서 생산하는 후판 생산량은 연간 150만t 정도.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연간 후판생산량은 총 1320만t에 달한다. 전년대비 40% 가량 증가 한 수치로, 국내 총 수요량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일본 업체들 역시 자국 수요 정체로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도 약 2500만t 규모의 후판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 업체들에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해운시황의 회복이 미흡할 것으로 보여, 조선업체들의 성장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춤할 전망이다. 이는 후판 수요가 내년에도 크게 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90% 정도가 내수용으로 사용됐다"며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본격화 되면 수출량을 늘리거나, 추가 수요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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