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왼손을 쓴 라이트 공격수였고, 아들은 오른손잡이 레프트라 두 사람의 스타일이 뚜렷하게 비교되지요."
실업배구 현대자동차써비스 시절 국가대표 센터로 이름을 날린 문용관 KBSN해설위원은 올해 프로배구 최고 신인으로 평가받는 KEPCO45의 박준범(22)과 아버지 박형용(48)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4일 막을 올린 프로배구 NH 농협 2010-2011 V리그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대를 이어 배구 선수로 활약하거나 나란히 코트를 누비는 형제 자매가 많아 눈길을 끈다.
인삼공사에서 함께 뛰고 있는 한은지(23), 한수지(21)를 비롯해 한유미(28.전 현대건설)-한송이(26.흥국생명), 최귀엽(24.우리캐피탈)-최귀동(26.상무신협), 김수지(23)-김재영(22.이상 현대건설)이 대표적인 형제자매다.
특히 김수지-김재영 자매는 원곡중학교 배구 감독인 아버지 김동열 씨와 같은 팀 코치인 홍성령 씨가 부모라 '배구인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GS칼텍스의 나혜원(24.GS칼텍스)도 배구인 계보를 잇고 있다. 나혜원은 고려증권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 나정균 씨의 딸이다.
여기에 올해는 신인 거포 박준범이 가세한 것이다.
박준범의 아버지 박형용 씨는 현대자동차써비스 창단 멤버다. 문용관 위원의 후배로 강만수 KEPCO45 감독,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등과 함께 현대자동차써비스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배구 코트를 떠난 박형용 씨는 이제 아들이 승부의 세계에서 펼치는 피 말리는 경쟁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시즌 KEPCO45가 치른 5경기 가운데 4경기를 현장에서 응원했다.
박형용 씨는 "내가 직접 뛸 때보다 100배는 더 긴장되고 아들이 실수라도 하면 마음을 졸인다"라며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잘 적응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용관 해설위원은 "박형용 씨는 키는 크지 않았지만 공격 테크닉이 뛰어났고 박준범은 신장과 파워가 좋다"라며 "아들인 박준범이 아버지의 테크닉을 이어 받는다면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형용 씨는 "준범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배구에 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말을 하지 않았다"라며 "대학 때는 서브리시브를 할 때 자신감을 느끼라는 말 등의 조언을 했고 지금은 다시 소속 팀의 지도에 맡기며 격려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마추어까지 포함하면 안요한(한양대)의 가족이 '배구 패밀리'로 유명하다. 아버지 안병만 씨는 국가대표 출신이고, 어머니 권인숙 씨도 근영여고 배구팀에서 지휘봉을 맡기도 했다. 형 재웅도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에서 선수로 뛴 적이 있다.
또 한양대 류윤식은 류중탁 명지대 감독의 아들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