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의 전복사고를 둘러싼 한.중간 외교갈등이 봉합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중국 언론매체들이 느닷없이 '한국 때리기'에 나서 외교가의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
양국 정부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이번 사태를 조기에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군사훈련 등을 문제삼아 연이어 한.중간 갈등을 자극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 중국 언론들이 24일 서로 밧줄로 묶인 중국 어선들이 한국 해경함 2척과 대치하는 사진들을 보도한 것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의 확전(擴戰)을 막기 위해 현장동영상 공개를 자제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한국과 소통 중"이라며 한걸음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전날 사설에서 한국의 군사훈련으로 중국이 모욕당했다고 언급하며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더 강력한 수단으로 한국에 중국식의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의 노골적인 한국 비판에는 사회주의권 언론 메커니즘상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언론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반관영 매체가 정부의 지침이나 암묵적 승인없이 기사를 내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민감한 특정현안이 발생할 경우 국내여론이나 상대국 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반관영 매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국이 외교적으로는 강경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자국 언론을 통해서는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기에는 국내 언론의 상당수가 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의 '북한 편들기'를 강하게 비판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맞대응'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이 자국민 사망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언론을 통해 강경기조를 표출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2012년 10월 열리는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대외정책의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집단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일관된 대외정책을 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군부 등 국내정치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을 고려해 강경한 정책과 온건한 정책을 오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 언론이 한국에 강경일변도의 논조를 보이는 것은 천안함 침몰사태, 연평도 도발 등으로 인한 한미동맹 강화를 의식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중국 언론의 한국 비판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분출되고 있으며 외교적으로도 '불쾌감'을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한.중 양국 언론이 중국어선 문제를 고리로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것은 양국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선전복 사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인식하고 객관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