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잘못 입금된 돈을 빼 쓴 혐의로 기소된 조모(4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만 인정하고 횡령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홍콩에서 회사를 운영하던 조씨는 2008년 6월 4일 D사의 직원이 실수로 은행계좌에 300만 홍콩달러(3억9000만원 상당)를 송금하자 이를 돌려주지 않고 빼 쓴 혐의로 기소됐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고, 점유이탈물횡령죄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1.2심 재판부는 “잘못 입금된 돈은 점유이탈물에 속하고, 조씨는 D사와 아무런 거래관계도 없었기에 ‘위탁관계에 의해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고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됐다면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그 돈을 임의로 빼 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하고 송금인과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원심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