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IBK기업은행장 내정자 |
기업은행에서 내부 승진 행장은 김승경 전 행장(1996∼1998년)이 있지만 김 전 행장은 농업은행 출신으로 1961년 농업은행이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될 때 기업은행으로 왔기 때문에 공채 출신으로는 조 내정자가 처음이다.
그동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은 차관급 관료가 내려오는 자리로 분류돼 왔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청와대에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조준희 내정자(당시 전무)를 기업은행장 후보군으로 올릴 때만해도 관례에 따라 김 부원장이 선임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자율경영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은행 사기 진작 등의 차원에서 차기 행장은 내부 승진 인사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돼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 내정자는 금융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당시 전무로서 중소기업 금융 지원에 큰 역할을 했다”며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내부 승진에 따른 사기 진작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거대 금융지주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은행 내부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한편 금융 전반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조 내정자가 행장 적임자라는 의견이다.
조 내정자는 지난 20일 퇴임한 윤용로 전 행장과 함께 각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이미 내년 경영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경영전략상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기업은행 내부의 관측이다. 기본적인 틀은 윤 전 행장체제와 같을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총자산이 크게 늘어났다”며 “조 내정자가 평소 탄탄한 내실을 강조한 만큼 행장으로 취임할 경우 내실 다지기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는 관료를 제칠 정도로 두터운 인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상주 출신인 조 내정자는 1954년생으로 상주고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조 내정자는 기획, 인사, 영업 등 은행내 요직을 두루 거친 내부 핵심 인물로 통한다. 특히 3년 동안 동경지점장을 거치면서 금융권의 일본통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과묵한 성격이지만 유창한 말솜씨를 바탕으로 특유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조 내정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108배를 하고 출근할 정도로 절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