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W 분리발주, 발주처 ‘횡포의 장’으로 전락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SW)사업 분리발주 제도가 발주처‘횡포의 장’으로 전락했다.

SW 분리발주는 공공기관 SW사업 발주시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를 선정하기 전에 SW 제품을 발주처가 미리 선정해 이를 IT서비스업체의 제안요청서(RFP)에 명시하는 제도다.

하지만 발주처에서 SW 분리발주시 IT를 기반으로 기존산업과 융합화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IT서비스 산업의 특성을 간과하고 SW분리발주 제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IT서비스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사업규모 10억원 이상의 정보화사업 중 SW사업비가 5000만원 이상의 SW는 반드시 분리해 발주하고 정보화사업의 발주자는 지식경제부장관이 고시하는 SW제품을 직접 구매해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분리발주시 SW 범위와 대상을 SW 금액으로만 정하고 있어, SW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 호환성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SW 사업 구축 완료시 품질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요인으로 구축된 SW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때, 장애 유형 및 원인에 관계없이 발주자에 의해 선정된 하드웨어(HW) 및 SW에 대한 책임을 IT서비스회사에 전가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모 사업의 경우 시스템 오픈 이후, 안정화 기간에 발생한 원인 불명의 장애에 대해 발주처가 IT서비스업체에게 장애배상금을 부과했다.

또 다른 사업의 경우 발주처의 사업 제안요청서에 '분리발주로 선정된 SW의 경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문제 발생시 제안업체의 부담으로 해결해야 함'이라고 명시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SW 분리발주 대상임에도 발주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IT서비스사업자와 계약하고, 뒤늦게야 발주처에서 이는 국가에 대한 계약 위반임을 알고 SW 분리발주를 새로 시작해 정보화사업이 4개월이상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보전략계획(ISP) 단계에서 필요한 SW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업규모를 기준으로 분리대상의 여부 및 SW의 개발의존도를 확인해 분리발주 SW를 품목을 선정하고 있으나, ISP 단계에서 상세한 설계가 수행되지 않아 개발의존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며 “국내 대부분의 SW는 제품 완성도가 낮아 실제 도입 및 적용시 추가 개발 비중이 높아 단순한 분리발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의존도란 해당 분리발주 SW로 인해 기존시스템이나 기타 SW에 수정이 가해지는 정도를 의미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보시스템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SW분리발주는 해당 사업의 특성에 맞게 자율화 하는 등 탄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SW분리발주로 인해 증가되는 IT서비스업체의 프로젝트 관리비용을 보전해 줄 수 있도록 근거 규정과 통합비용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복합장애로 인한 지체 발생시, 부당한 지체상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지체 기준 등에 대한 세부 절차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홍상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정책과 사무관은 “프로젝트 발주처가 사업자인 IT서비스업체에게 책임전가한다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취합, 분석해 제도적 보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안 사무관은 “2007년부터 도입한 SW분리발주제도가 그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은 정착돼 가는 단계에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와 업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