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관광객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수도 있다. 하지만‘위안화’가 홍콩 곳곳에서 통용되는 세태는 홍콩-본토간의 역사적 관계와 영원한 불태환 화폐일듯 했던 위안화의 옛 처지에 비춰볼 때 격세지감의 변화가 아닐수 없었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행보가 속도를 내면서 홍콩 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금융당국이 홍콩에서 해외기업의 위안화 표시 채권(딤섬본드) 발행을 허가하면서 캐터필러,맥도날드 같은 해외 굴지의 기업이 딤섬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에서 위안화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기관과 개인 할 것 없이 국채와 위안화 회사채 등 위안화 상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위안화 외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싱가포르 외환거래센터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위안화뿐 만 아니다.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이 이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급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인 언스트앤영 (Ernst & Young)이 21일 발표한 ‘전세계 기업공개 시장 조사 연구 보고’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IPO 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특히 홍콩은 4500억 홍콩달러(약 579억달러)로 총액기준 IPO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홍콩 IPO 시장의 성장 동력은 단연 중국 본토 기업과 중국 내수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이다. 중국 농업은행이 220억 달러, 러시아 알루미늄 업체인 루살과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록시탄은 22억달러, 7억달러 규모의 IPO를 홍콩에서 진행했다.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이 중국에 기대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위안화의 홍콩 ‘진출’과 함께 대륙 부호의 홍콩 ‘접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 한해 홍콩에서 2000만 홍콩달러 이상의 고가 아파트 중 2/3가 본토 투자자의 손에 넘어갔다.
자유태환이 가능하고, 세금이 낮으며 본토와 연계성이 강한 홍콩이 본토 부호들의 분산 투자지역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본토의 두툼한 돈지갑 덕택에 홍콩 경제가 ’쾌속순항’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인들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홍콩인들은 본토인을 ‘내지인(內地人)’이라 부르며 자신들을 차별화 시킨다. 기자가 올 여름 명동에서 만난 한 홍콩 관광객은 중국인이냐는 질문에 ‘홍콩인’이라고 대답했다.
1997년 중국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지난주 기자가 홍콩 현지에서 만난 대다수의 홍콩인들은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했다.
홍콩의 유력 일간지에서 일하는 홍콩출신 기자는 “홍콩 출생자 가운데 보통화를 배우려는 사람은 별로”없다며 “젊은 부모들은 심지어 자녀에게 영어를 모국어로 가르치고 광둥어를 제2 언어로 선택하려는 경향도 강하다”고 밝혔다.
이토록 자존심 강한 홍콩인들은 본토의 영향력 확대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위안화의 가치가 홍콩 달러를 추월하면서 홍콩인들은 ‘굴욕감’과 강한 ‘상실감’을 경험했다.
급기야 홍콩의 선착장에 위안화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등장했고 홍콩인들은 여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홍콩은 위안화를 먹는 ‘초대형 자동판매기’다. 부동산, 예술품 심지어 두유까지, 내지의 소비자들이 동전을 많이 넣어주기만 바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