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2010 올해의 사진'에 얼마 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우리 국회에서 벌어진 몸싸움 장면을 포함시켰다.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국회의원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된 것이다.
나라 안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교사, 대학교수, 언론인 등 12개 직업군 들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업으로 꼽혔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국회폭력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면서도 "앞으로 폭력국회에 동참하면 재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자정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폭력 국회, 서로 싸우고 헐뜯는 모습만이 국회가 극복할 지상 과제로 남은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이번 몸싸움 속에 친수활용에 관한 특별법,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 동의안, 서울대 법인화 관련 법안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던 법안들이 혼란 속에서 슬그머니 통과된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들끼리 몸싸움을 해서 다치는 것은 의원들뿐 이지만 충분한 검증 없이 통과된 법안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아닌 국민들이다.
국회 폭력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법안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폭력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라면 무조건 손가락질 하고 외면하는 국민,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언론, 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상대 당이 존재하는 한 한국 국회에서 폭력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당연한 현상이다.
정말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미국 언론에 나오는 우리 국회의원들의 추한 모습이 아니라 그 추한 모습에 가려진 진짜 문제를 외면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