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현대그룹, 채권단의 ‘경영권 카드’ 받아들일까

2010-12-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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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지분 8.3% 제3자 매각… 그룹 경영권 보장<br/>현대차 “언급 시기상조” 현대그룹 “검토할 가치 없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이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채권단이 20일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철회하고 2순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현대그룹과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 가능한 범위에서 협조할 것”이라며 현대그룹 달래기에도 나섰다.

일반적으로 매각 파기시 돌려받을 수 없게 돼 있는 2755억원(입찰가 5%)의 이행보증금도 그룹 측에 돌려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제 3자에 매각하는 방식의 ‘경영권 보호 카드’를 내놨다.

현대그룹에게 현대건설 인수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불가결 하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의 우호지분이 40.8%지만 현대중공업, KCC, 현대차 등 범(汎) 현대가 지분이 33.9%로,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총 지분이 42.2%로 현대그룹을 넘어선다. 즉 범 현대가에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

현대상선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일 뿐 아니라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현대그룹의 순환출자의 핵심이다. 비록 당시 현대차와는 무관했지만, 현대그룹은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KCC는 현대상선 지분을 늘리며 이른바 ‘시숙의 난’을 겪은 바 있다.


채권단은 이 점을 감안해 경영권 보장이라는 카드를 내세웠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조차 선정되지 않은 현대차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현대차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신하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차의 인수희망금액 5조1000억원의 인수가격 조정 가능성도 열어놨다. 상호 경영권과는 무관하게 매각을 진행, 3자 모두 ‘윈윈’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여전히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의 유상 증자를 통해 2조원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놓는 한편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요구, 일방적인 협상 종료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경영권 보장 카드에 대해서도 “일고의 검토 가치도 없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 카드가 먹히지 않고 채권단-현대그룹 협상이 법정으로 가게 될 경우 3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매각 작업의 장기간 표류도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그룹 측과 협상을 마무리지은 후 연내 현대차와 MOU를 체결하고 공식적인 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또 어떤 변수가 나올지, 또 채권단의 카드가 현대그룹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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