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은행권은 수익성 악화에 골몰하고 있다. 부과금이 도입되면 조달비용이 올라 이자수익이 감소하고 외화대출 수요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부과금은 외화부채 만기에 따라 △단기(1년 이내) 0.20%포인트 △중기(1~3년) 0.10%포인트 △장기(3년 초과) 0.05%포인트 등의 요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0.10%포인트 보다 높은 수준이며, 정부가 단기외채를 주요 타겟으로 삼았기 때문에 은행의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내은행의 단기외채는 지난 2008년 말 426억 달러에서, 2009년 말 437억 달러로 늘어난 뒤, 올 6월 말 460억 달러, 9월 말 484억 달러 등으로 증가추세다.
정부는 부과금 도입에 따른 은행권 부담이 연간 2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예금성 부채에 부담금을 내면 그만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과도한 세금 부과는 자유로운 외화차입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단기 외채에 부담금을 매기면 부담금이 없을 때보다 국내로의 달러 유입이 줄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근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미 국채수익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북한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어 환율은 단기적으로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 재정거래나 채권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외화자금시장이 먼저 영향을 받고 원·달러 환율이 결정되는 외환시장에도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조달비용 상승분 만큼 외화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외에서 조달한 외채를 기업 대상으로 외화대출 등에 사용한다”며 “부과금이 적용되면 조달원가 상승분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비용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고, 외화대출 수요가 떨어진 만큼 은행의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부담금 부과요율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부담금 세율이 0.10%포인트 전후로 결정될 경우 외화대출 영업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부담금 요율이 높지 않을 것이며,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당국의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부과금을 도입한 영국은 0.05~0.075%포인트, 독일은 0.02~0.04%포인트 등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비교적 높은 0.25%포인트.
정부 관계자는 "부담금 제도는 시장의 충격이 크지 않은 방향으로 설계했으며, 요율도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