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성공경영> 혼란을 일으켜 결정타를 가하라 ‘混水摸魚’

2010-12-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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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규 상무) 중국의 대표적인 병서 ‘삼십육계’의 제20계는 混水摸魚(혼수모어) 전략이다. 물을 뒤섞어 흐리게 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해놓고 고기를 잡는다는 것으로, 적군이나 시장의 내부를 교란시켜 승리를 얻는 전략인 것이다.
 
송나라 때의 일이다. 금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송나라 장수 필재우(畢再遇)는 금나라 병사들과의 전투에서 진격과 후퇴를 거듭하며 하루 종일 적군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필재우는 싸우는 척 하다가 도망을 가면서 향료를 넣어 삶은 콩을 땅에 뿌려놓았다. 추격하던 적군이 콩을 뿌려놓은 곳에 이르자 종일 굶주린 적군의 말들이 콩을 먹느라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필재우는 이 틈을 타 역습해 대승을 거두었다.
 
명나라 역사에도 ‘혼수모어’ 전략의 좋은 사례가 있다. 영왕(寧王)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양명(陽明)은 대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양명은 영왕의 심복 앞으로 “그대가 보내준 정보 잘 받았다. 그대의 충성심에 감사한다. 빨리 영왕을 속여 본거지에서 몰아내라”는 내용의 가짜편지를 써서 영왕 군 진영의 내부로 보내 영왕에게 발각되도록 했다.
 
이 편지를 본 영왕은 계략인 줄도 모르고 심복이 적과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 출진을 멈췄다. 영왕 진영이 어수선해진 내부를 단속하는 사이 양명은 군비를 갖춰 승리할 수 있었다.
 
‘혼수모어’ 전략은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용될 수 있다.
 
1985년, 영국 황실은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을 공식 발표했다. 런던은 물론 전세계가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당시 런던의 한 보석상 주인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들이 찰스 왕자와 왕세자비의 결혼에 관심이 대단한데, 다이애나 비와 닮은 사람을 우리 가게에 오도록 해 이벤트를 한다면 상점 매출이 폭증하겠지?’
 
그는 즉시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다이애나 비와 닮은 사람을 수소문해 그 녀의 옷과 헤어스타일, 행동까지 흉내내도록 훈련시켰다.
 
누가 봐도 다이애나 왕세자비라고 착각할 만큼 훈련이 되자, 그는 한 방송사에 정보를 흘렸다.
 
그는 “내일 밤 다이애나 비가 우리 보석점에 올 예정인데, 이 사실을 단독 취재하도록 허용하고 싶다. 그러나 절대로 기사 중에 어떤 해설도 넣지 말아야 한다. 약속을 어길 것이면 취재를 불허하겠다”고 했고, 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취재하도록 조치했다.
 
다음날 밤, 가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계획대로 보석상에 도착했고, 곧바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사람들은 모두 “다이애나 왕세자비다!”고 외쳤다.
 
보석상 주인은 그녀는 정중하게 맞았고, 가게로 안내해 귀걸이, 목걸이,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잇따라 보여주었다.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보석을 고르면서 칭찬을 거듭했다.
 
방송사 측은 이 장면을 촬영해 무성영화처럼 어떤 해설도 넣지 않고 방영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다이애나비가 실제로 그 보석점에 갔다고 믿고는 장소를 수소문 해 밀려들기 시작했다.
 
보석점은 순식간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보석점은 일주일 동안 10만파운드 어치의 보석을 판매했다. 이는 개업 후 4년간 총수입을 넘어서는 액수였다.
 
이 사실은 버킹검 궁전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황실 대변인은 그 주인을 사기죄로 고발했다. 하지만 방송 중에 어떤 멘트도 없었고, 주인도 귀빈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라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상 범죄가 성립될 수 없었다. 대중들이 착각하고 그 가게에 몰려들었을 뿐이었다.

물론 이 보석상과 같은 사례는 편법적인 것이어서, 대기업들이 경영에 참고할만한 것은 못된다. 다만 왕세자의 결혼을 마케팅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한 일이다. 빅 이슈가 있을 때 이를 절묘하게 마케팅에 연결해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불과 3~4년 전 미국에서 시작돼 찻잔 속의 미풍이 될 지, 아니면 세계를 휩쓸 태풍이 될 지 알기 어려웠던 스마트폰 열풍이 전 세계를 삼키는 거대한 IT.미디어 혁명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거대한 물결에 맞서 발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들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LG전자와 같이 초기부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기업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막힌 상황도 해결책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현재 인기를 모으는 스마트폰들의 취약점이나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사항들을 집중 점검할 경우 좋은 대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삼십육계의 ‘혼수모어’ 전법처럼 상대 기업들을 혼란시키면서 묘수를 풀어내는 전략도 있지 않을까? /sky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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