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리뷰

2010-12-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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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리뷰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금발머리’는 멍청하다?
극은 여주인공인 엘 우즈가 그의 남자친구 워너로부터 차이면서 시작된다. 바로 ‘금발머리는 진지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엘은 한국에서 따지면 ‘엄친딸’에 속한다. 금발머리에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외모, 졸부긴 하지만 재력가의 딸이며 학교에선 ‘메이퀸’으로 뽑혀 표지 모델을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 워너는 자신의 신붓감은 ‘지성’도 겸비해야 한다며 그녀를 매몰차게 차버린다.

이 뮤지컬은 동명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원제 ‘Legally Blonde'의 의미는 똑똑하거나 지적이지 않은,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는데 급급한 여자를 낮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된장녀‘처럼 다른 나라 언어로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지극히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단어다. 한국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금발이 너무해‘라는 다소 거리가 먼 제목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이 같은 원작의 내용을 잘 알고 있기에 그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을까 다소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고나 할까. 화려한 무대 의상과 스타들의 열연이 극을 살려냈다. 특히 엘 우즈 역을 맡은 김지우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가히 칭찬할 만 했다. 사랑스럽고 발랄한 엘 우즈의 특성을 원작만큼이나 잘 이끌어냈다. ‘에밋’역의 라이언도 캐릭터를 잘 녹여냈지만 공연서 돋보인 건 단연 김지우였다.

조연들의 연기력 또한 좋았다. 천방지축인 엘의 세 명의 친구들이나 조금은 야릇했지만 코믹연기를 심각하게 해 더 많은 웃음을 선사한 ‘택배 아저씨’도 인상 깊었다.

조금은 가벼울지 모를 스토리에 그래도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었던 건 바로 주인공 엘이 가진 유쾌한 성격과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지성’까지 갖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 그녀. 결국 하버드 법대에 입학해 교수와 학생들 모두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된 그녀. 관객은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할 수 있어’란 도전의식을 갖게 된다.

‘공감’과 ‘동질감’, ‘긍정의식’을 이끌어내는 작품은 대부분 성공하게 되는 듯싶다. 이 뮤지컬은 이 세 가지 특성을 잘 살려낸 듯하다. 하지만 원작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잘 각색했느냐는 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다.

박음질을 불어식으로 ‘바크홈질’이라 말하고, ‘게이 혹은 유로피언’을 ‘게이 혹은 발레리노’로 바꾸는 등 작품을 세세하게 가다듬은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시켰더라면….’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삶을 살던 주인공이 실연 후 많은 좌절을 겪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 그렇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며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 않은가. ‘금발이 너무해’를 통해 ‘외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과 ‘진정한 나’를 찾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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