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들어 `4대강 예산 여야대치→예산안 부실심사→與강행처리 및 野점거농성'이라는 수순을 3년 연속 되풀이한 것이다.
18대 국회 개원 이후 첫 예산국회였던 2008년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의심사업으로 규정하며 4대강 공세에 나선 뒤로 3년 동안 여당은 `4대강 예산 사수'를, 야당은 `무조건 삭감'을 주장하며 예산전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예결위 파행 및 예산안 졸속심사 ▲야당의 회의장 점거농성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및 예산부수법안 직권상정 처리는 일종의 수학공식처럼 도식화됐다.
4대강 예산의 벽 앞에서 여야는 어떠한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강(强)대 강(强) 대치를 거듭하다 파행으로 예산국회를 종결짓는 오점을 남기게 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의 재판이었다. 한나라당은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의원총회 장소인 국회본청 245호에서 예결위를 열어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뒤 본회의 강행처리 수순을 밟았다. 예산부수법안도 직권상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일괄처리됐다.
이에 민주당은 회의장 점거와 농성으로 맞섰고, 양당 의원 및 보좌진은 국회 곳곳에서 폭행, 욕설, 국회집기 파손 등의 구태를 되풀이했다.
매년 300조원 안팎의 예산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예결위의 파행도 연례행사화됐다.
올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지난 2일 시작됐으나 증액심사는 하지도 못하고 5일간 감액심사만 하다 지난 7일 종료됐다.
또 작년에는 민주당이 4대강 예산 삭감을 요구하면서 계수소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고 2008년에도 소위가 11일간 진행됐으나 감세법안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실질적 심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오점으로 남을 여러 진기록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올해 예결위에서 3분만에 예산안을 단독처리했고, 2008년과 지난해에도 예결위의 예산안 의결은 7분과 3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3년 연속 10분 이내에 예산안 단독처리를 속전속결로 끝낸 것이다.
게다가 여야의 정치력 부재로 국회는 올해까지 8년 연속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오점도 남기게 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올해는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 예산안 처리를 공언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는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여야 합의처리가 아니라 한나라당 강행처리로 달성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아울러 계수소위가 파행되면서 3년 연속 정부와 한나라당이 협의해 만든 수정예산안이 통과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국회가 파행되면 정부는 견제를 받지 않고 애초 계획대로 예산을 가져가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