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편소설을 낸 공선옥 작가가 '작가와의 만남'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공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말고, 외면하지말고, 슬픔을 '돌보라'"고 말한다. <문학에디션 뿔 제공> |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소설 ‘명랑한 밤길’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등 우리 시대 평범하고 낮은 사람의 모습을 자신의 소설 세계에 담아온 작가 공선옥이 ‘영란’으로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올해의 예술상(2005) , 만해문학상(2009)을 수상한 공선옥의 새 장편소설 영란은 항구도시 목포에서 가족과 행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 6월부터 3개월여 ’문학웹진 뿔(http://blog.aladin.co.kr/yeongran)’에 연재된 소설을 한 데 모았다.
소설 내용은 남편과 아들을 사고로 잃고 빵과 막걸리만으로 살아가던 내가 어느 날 남편 선배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정섭’을 만나 함께 목포로 가게 되고, ‘영란 여관’이라는 곳에서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슬픔을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공선옥은 이 소설에서 슬픔에 잠긴 한 사람이 어떻게 고통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지 과정을 그려냈다. 가족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정(情)’과 ‘사람’으로써 치유하는 이 이야기는, 아직 우리사회에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이 소설은 불행할수록 오히려 큰 힘을 발휘하는 긍정의 효과에 주목한다. 저자는 예고 없는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나’의 모습에서 홀로 남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가장 고통적인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역설적으로 깨닫게 한다.
소설 속 푸근하고 생기 넘치는 항구도시 목포와 만남은 이 소설이 주는 또 다른 묘미다. “짜고 낭게 조금만 주소” “인자 포도시(겨우) 이틀째 났는디 못해도 열흘은 배아지가 터지도록 묵어야제…”와 같은 맛깔 나는 남도의 언어는 소설 읽는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더불어 영란과 목포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 ‘장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홍콩 아가씨’, 빅토르 하라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곡 등 노랫가락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듣려오는 듯 착각마저 든다.
텅빈 마음을 채워가는 모습과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연재 당시 30~4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리운 고향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푹 빠졌다. 가혹한 인생의 벼랑 끝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서히 일어서는 영란의 삶에 가슴이 뭉클했다’ ‘역시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되나 보다’ ‘작가는 물질 만능의 시대에 우리가 찾고, 지켜야 하는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등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슬픔을 방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슬픔을 돌볼 시간이다. 내 글의 독자들이 슬픔을 돌보는 동안 더 깊고 더 따스하고 더 고운 마음의 눈을 얻게 된다면, 그리하여 더욱 아름답고 더욱 굳건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슬픔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쓴 사람으로서, 많이 기쁠 것이다.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