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2010-12-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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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부분 하나만으로도 전체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인과 조직의 평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한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마치 조직 전체가 다 그렇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국세청에서는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말미암아 조직 전체가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있었다.

세금을 걷어 국가 재정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세무공무원이 공문서를 위조하고 서류를 조작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血世)를 부당환급 받은 뒤 그 돈의 일부를 필로폰 구입에 사용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현재 검찰에 구속기소된 상태이고 국세청과 감사원 등 관련 부처는 사건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국세청을 떠난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모른다. 우선, 본의 아니게 해당 직원을 부하로 둔 바 있는 기관장은 '아닌 밤 중에 홍두깨'를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고 이에 따른 문책 또한 염려될 것이다.

또한 해당 직원으로 말미암아 국세청은 그 동안 쌓아온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직원이 저지른 잘못 하나만으로 국세청 직원 전체를 한 데 묶어 평가절하 하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지만 결코 나무 한 그루가 울창한 숲 전체를 다 말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일례로 국세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10년 10월 말 현재 전체 직원 수는 2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매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사회공헌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어떤 세무공무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풀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서 베푼 선행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세청 홈페이지 국민신문고를 방문하면 저마다 납세자들이 남긴 칭찬 사례가 즐비하다.

거친 말을 내뱉으며 물어도 친절하게 설명해 준 직원과 국세 업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방세를 담당하는 해당 지자체에 연락해 도움을 준 직원, 그리고 사나운 개한테 물리면서까지 근로장려세제(EITC)를 홍보했던 직원 등 세정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한 직원들은 너무도 많다.
 
국세청은 2만 그루의 나무로 이뤄진 거대한 숲이다. 우리는 그 숲에서 나오는 산소를 통해 보다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나무 한 그루가 썩어 문드러졌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숲이 가져다 주는 건강함과 오염정화 기능을 전부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 국세청은 썩은 나무도 더러 있지만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거대한 나무와 묘목들이 무수한 곳이다. 그렇지 않은가? 국세청 푸른 나무들이여. 
 
우리 사회는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을 더 거대한 눈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국세청 내 한 개인이 저지른 잘못이 조직 전체에 누를 끼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고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해당 직원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그를 (본의 아니게) 휘하에 두었던 기관장일 것이고 그 다음은 국세청 직원 전체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이 일로 인해 국세청에 불미스런 사건 또는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들은 보다 너그러운 마음의 눈을 갖고 국세청을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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