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내 의장석과 단상 주변 등에 대한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은 8일에도 “정부·여당의 예산안 ‘날치기’는 민주주의 말살”이라고 비난하며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이날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 부정’, ‘위법의 고리’를 끊기 위해 올해는 반드시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을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말하는 임시국회 소집 요구는 ‘싸움하는데 시간을 더 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전날 다른 야당들과 함께 ‘10일 오후 2시 본회의 소집’을 내용으로 하는 12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배 대변인은 “민주당이 그 많은 시간을 정치공세에 쏟아 부었으면서 이제 와 ‘예산안을 충실히 심사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자당 의원 등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간이’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날 밤 벌어진 예산안과 주요 법안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 시도를 거듭 규탄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예산과 관련 없는 법안이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이성을 잃을 채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치라고도 할 수 없는 쿠데타다. 유신 정권 때도 없었던 의회 민주주의 파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독재는 당장 강하게 보일지 몰라도 결국 망한다. 국민에 의해 망하고 심판 받을 것이다”며 “오늘 우린 몸을 바쳐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금까지 우린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싸우지 않고 매일 새벽 3~5시까지, 그리고 그 다음날 낮에도 착실히 (예산안을 심사)해 왔다”며 “3년째 계속해 12월이면 (예산안과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소득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 14건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기일을 오전 10시로 지정한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동의안과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등 10개 법안 및 안건에 대해 추가로 심사기일(오전 11시)을 지정한 상태.
주요 안건 및 법안 등에 대한 박 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은 사실상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어서 여야 간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이날 본회의 개의 시각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