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부 대형 건설사가 운영 중인 전자책도서관 사이트에 접속해본 결과,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허위 주소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했다. 문제는 책만 빌릴 수 있다는 것 외에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는 물론 밀린 관리비 연체료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남의 집 정보다.
실제로 A건설의 홈네트워크 통합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해 허위 주소를 입력해 직접 회원 가입을 한 뒤 관리비 내역에 들어가보았다.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회원 가입이 가능하고, 심지어 '입주를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곳에서 열어본 관리비 내역에는 청소비, 수선유지비, 경비비 등의 공동관리비와 각 가정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는 물론 연체료까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통합서비스는 한 대그룹의 계열사가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A건설이 공급한 아파트 70여개 단지와 개별적으로 의뢰한 타사 단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운영 중인 전자책도서관의 규모가 가장 크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마포구 B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씨(30·여)는 이에 대해 "우리집의 정보가 이런 식으로 줄줄 새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단순히 편리하고 유익한 서비스라고만 생각했지, 대형사가 이런 취약점을 보였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반포동 C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씨(32)도 "관리비 연체료가 얼마나 되는지까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민 여부를 알 수 있고, 실제 입주민만 가입이 가능하다"며 "어떻게 된 사안인지 알아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건설이 운영 중인 전자책도서관에서도 누구나 이같은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곳 또한 통합서비스에 접속해 쉽게 볼 수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시공과 하자보수만 관리할 뿐, 이와는 상관 없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의뢰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인 만큼 그쪽으로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