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군사력에 크게 의지하고 있을 때 타결된 FTA추가 협상은 그래서 더욱 꺼름칙하다. 속담에도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아침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한미FTA 추가 협상에 있어 관세 몇 년 더 내는 것보다 한미 우호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 협상에 있어 '경제' 논리보다는 '외교 및 안보' 논리가 훨씬 우선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타결 결과에 대해 '대환영'을 표하고 있는 미국 언론도 이번 협상의 이득이 어느쪽으로 기울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쇠고기시장의 완전개방에도 항복을 얻어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지만 미국사회는 대체로 이번 협상결과에 크게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 타결이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는 데 있어 '가장 반짝이는 별'이 됐다"며 "미일, 미중 FTA 협상에 있어서도 이번 타결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또 이번 타결 결과가 의회에서 승인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때 보다도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그동안 포드·GM 등 미국 자동차 산업에 애착을 가지며 회생 노력을 오래 기울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 중 자동차 부문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하여 "미 자동차노조가 FTA를 지지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감격스러워했다는 발언을 전했다.
한국은 미국차에 대한 관세율을 즉각 4%로 낮춰주고, 4년 뒤에는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또 국내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수입차 대수도 제조사별로 기존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대폭 늘려줬다. 이로 인해 앞으로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상황에선 그래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미국차보다는 독일 등 유럽차를 더 선호한다는 생각만이 위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