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은행들이 돈 빌려주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99%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1.09%에 불과했던 연체율은 올 1월 1.47%로 크게 오른 뒤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23%까지 치솟기도 했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연체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7조원이었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잔액은 9월 말 현재 10조원 안팎으로 늘었다.
특히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중소기업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건설 및 부동산 업체 연체율은 2%를 넘어섰으며, 일부 은행은 3%를 웃돌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조기에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지원이 시급하지만 은행들은 지갑을 닫은지 오래다.
올 들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조3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자금이 절실한 시기에 오히려 대출을 줄인 것이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축소는 이미 예견됐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실시한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4분기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9에서 6으로 떨어졌다.
반면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13에서 25로 올랐다. 은행들은 4분기에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을 것임을 알고도 대출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와 내수 부진 등 대내 악재가 혼재돼 있어 중소기업의 경영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승세가 여전하다”며 “결국 내년 경기 동향에 따라 대출 부실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