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협상이 '자동차 대신 농산물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올만큼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자동차부품이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당초 협의대로 부품 관세는 즉시 철폐가 관철됐기 때문이다.
섬유, 항공ㆍ해운 등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자, 철강 등 다른 업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반응이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도 5일 논평을 내고 한미 FTA 타결에 따른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車부품, 섬유, 항공ㆍ해운 ‘환영’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 업종은 자동차부품을 꼽을 수 있다.
부품업계는 미국 수출이 늘고, 한국 부품을 쓰는 미국내 한국 자동차 공장의 경쟁력 강화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외국업체들의 러브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는 이번 4% 관세 인하 효과로 대미수출 물량이 약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업체 역시 3년 후 폐지하기로 했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의 관세 철폐 시한이 4년후로 연장된 것은 아쉽지만, 낙담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FTA 체결로 3년 후 미국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일본차보다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했지만, 이번 추가협상 타결로 5년 이후에나 FTA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07년 폐기됐던 자동차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부활된 점도 아쉽지만, 현대ㆍ기아차 등이 이미 미국 현지에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산 차량에 대한 안전, 환경기준 완화, 관세제한 등은 모두 미국 측 요구가 수용됐지만 국내 완성차에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섬유 및 항공ㆍ해운업체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로 섬유제품의 대미 수출은 10년간 연평균 1억8300만 달러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2500만 달러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이 최고 32%의 관세 철폐로 대미 섬유수출이 연간 1억8000달러 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국내 대형 컨테이너선사들도 한미 FTA 타결로 미주항로의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주항로는 물량은 전체 해상 물동량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화물은 물론 여행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Tㆍ전자, 철강, 석유ㆍ화학 ‘시큰둥’
기존 관세가 부과되지 않거나, 대미 수출비중이 적은 업종들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ITㆍ전자업계는 이미 상당수의 물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북아메리카자유무역연합(NAFTA) 협정에 의해 무관세 종목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관세 철폐 효과가 미비하다.
반도체와 휴대폰의 경우도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1~5% 안팎의 낮은 관세가 붙고 있어 FTA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의 TV 제품들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휴대폰, LCD TV, PDP TV, 모니터, 냉장고 등 대부분의 제품들을 멕시코에 있는 두 개의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FTA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교역 활성화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미 수출 비중은 낮은 철강ㆍ섬유화학 업체들도 담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2004년부터 이미 양국 간 무관세를 실시하고 있고, 수출물량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한미 FTA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수출품목인 항공유를 제외하면 미국과의 교역이 거의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