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의 페리스코프] 현대건설 매각, 말의 잔치는 끝났다

2010-12-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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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들이 엇물리고, 사태는 어지러워졌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지만 현대건설 매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면 최소 3년 이상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공능력 1위 건설사의 새주인, 현대의 적통성을 놓고 시아주버니와 제수 간의 갈등 등 현대건설 인수전은 처음부터 흥행요소가 골고루 갖춰져 있기는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말의 소용돌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지난달 15일부터 현대그룹과 채권단 사이에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29일 사이에 더 커졌다. 이 달 들어선 격랑에 빠졌다.
 
 소용돌이의 중심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달 29일 MOU 체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 유 사장은 이날 “현대그룹에 대출계약서를 요구하고 미흡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MOU를 해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1일에는 “재무적 투자자인 동양종금과 풋백옵션 등 관련 투자조건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있다”며 “채권단과 함께 금융당국에 사실 확인을 의뢰하겠다”는 자료를 냈다.

 유 사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매각 초기와는 엇갈리는 것이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유 사장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 23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서도 “우선대상자 선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었다.
 
 일각에서 유 사장이 '일관성 없다'고 지적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일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이 발급한 무담보 무보증 대출확인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의혹 해소를 위한 것이다. 현대그룹의 대출확인서는 나티시스은행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증했다. M&A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자금증빙 효력을 가진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제출 당일부터 일부 채권단 담당자들 사이에선 '대출계약서가 아니다', '미흡하다', '추가로 제출을 요청하고 안 되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등의 가파른 말들이 나온다.
 
 어지러운 말들 속에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한 마디를 보탰다.
 
 진 위원장은 3일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일에 대해 채권단이 방치한다면 과거 대우건설 때와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자금 출처 등을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았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진 위원장은 “당국 입장에서는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채권단이 적절히 조치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매각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채권단 차원에서 문제를 풀라는 주문이다.
 
 다시 공은 채권단에게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이제부터라도 말이 아닌 규정과 절차에 근거해 M&A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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