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국제 금값이 급등하자 중국 홍콩 일대에서 '짝퉁 금'이 출현해 금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금값이 최근 온스당 142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가짜금 생산의 본거지인 홍콩 금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최대 금 소매업체인 룩푹그룹은 지난 여름 1만1500달러에 달하는 가짜금을 사들였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폴 로 룩푹 이사는 설립 이래 최고의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통되고 있는 ‘진짜 같은’ 가짜금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과거의 금을 얇게 입힌 텅스텐이나 싸구려 합금은 쉽게 가짜로 드러났으나 최근의 가짜금은 색, 밀도, 굳기에서 놀라울 만큼 순금과 비슷한 성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진짜 같은 가짜금에는 약 51%라는 상당한 양의 순금이 들어있다. 그 외에는 오스뮴, 이리듐, 루테늄, 구리, 니켈, 철, 로듐 등이 합금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짜금이 정교한 도구와 폭넓은 금속가공 기술을 지닌 금속세공사들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FT는 중국에 가짜금이 판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두가지를 꼽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금값 상승과 금 수요붐이 그것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면 중국은 수년 뒤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중국은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을 수입해왔다. 한 중국 관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0월까지 금 209t을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수입량인 45t의 5배다.
이같은 금 수입량 급증은 중국 투자자들의 금사재기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안전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금수요는 450t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 200t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612t을 기록한 인도를 곧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가짜금 판명은 홍콩 귀금속 업계에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금의 무른 성질을 이용해 때려보고, 깨물어보고, 긁어보는 방식으로 통상 진품과 가짜를 가렸지만 최근에는 가짜가 워낙 정교해져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전문가들 조차 혀를 내두른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 노출시키고, 화학적 분석을 통한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FT는 중국이 세계 최대 금소비국으로 데뷔를 앞두게 되자 정교한 가짜를 판명해야하는 홍콩 귀금속업자들의 손놀림이 앞으로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