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은 1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902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전월의 2933억5000만 달러보다 31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8월 2853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9월 2897억8000만 달러로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잇다가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한은이 달러를 대거 풀어 환율 상승을 방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이 전해지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이 1180.0원까지 치솟았고, 이 영향으로 24일 외환시장은 전날 종가보다 37.5원 급등한 1175.0원으로 개장했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전일 종가대비 4.80원 오른 1142.30원에 장을 마쳤다. 수출업체들의 고점인식 네고물량이 대거 쏟아진 영향도 있었지만,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한은의 달러 매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1월 외환보유액 구성비를 보면 한은이 각국 금융기관에 맡긴 예치금이 253억5000만 달러로 전월(323억5000만 달러)보다 70억 달러 급감했다.
외환보유액은 예치금과 유가증권·SDR·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예치금은 여타 보유자산과 달리 한은이 탄력적으로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한은은 이달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이유로 유로화 및 엔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1월 평균 유로·달러 환율은 전월 대비 1.4% 떨어지는데 그쳤고, 엔·달러 가치도 0.6% 하락하는데 불과했다. 이 두 통화의 하락률 평균은 1.0% 전후.
한은의 설명처럼 이들 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외환보유액이 31억2000만 달러 줄었다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보다 200억 달러 이상 많은 3120억 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또 외화표시 자산은 모두 엔·유로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울러 지난달 무역수지가 3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설명은 납득이 어렵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환율급등을 막기 위해 100억 달러 정도를 순매도 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보기 어려운 규모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연평도 문제로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한은의 개입은 불가피했던 측면이 크다"며 "국민 정서상 환율폭등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만큼 심리 진정책 수준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의 이 같은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미국·영국 등 주요국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받았다.
지난달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 미국·영국·일본 등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원화절상 압력을 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나라는 한국을 이미 잠재적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고 평시에는 문제삼지 않다가, 환율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