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20·1> 현대차 미래를 위하여

2010-12-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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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가운데) 현대차 부회장.
 미래 핵심 동력… 경영권 확립 문제 등 과제 남아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 시절 최초의 국산차 ‘포니’(1976년)를 처음 개발한 지 35년이 지났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지도 벌써 10년이다. “연산 5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지으려면 위험성이 크다”고 한 지 반세기도 되기 전에 그보다 140배 많은 연산 700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현대차그룹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한보그룹이나 대우그룹과 같이 글로벌 기업도 쌓아올리는 건 힘들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물론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삼아 ‘퀀텀 점프’를 하며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했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다.
 
 현재만 해도 금융위기의 봉인에서 해제된 GM·포드·크라이슬러의 미국 ‘빅3’가 재기를 시작했고, ‘엔고(円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기업도 언제 역습을 시작할 지 모른다.
 
 게다가 향후 10년 내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업계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다.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는 10~20년 전만 해도 한 기업의 도산에 불과할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붕괴라는 대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불안 요소를 갖고 있다. 최근 진행중인 현대건설 인수 역시 ‘범(汎) 현대그룹의 적통성’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필수적이었지만 우선인수협상대상자에서 현대그룹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물론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의 ‘차관 조건’을 놓고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계약 조건을 공개하라고 하며 변수가 생겼지만, 현재로써 이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동차-철강-건설이라는 3대 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큰 밑그림을 그린 바 있다. 이중 한 축이 무너질 경우, 그룹은 오랜 시간을 들여 세운 미래 경영전략을 전면 재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적인 불안요소는 또 있다. 그룹 운영에 가장 중요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립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재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현대차 지분 5.17%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6.96%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경영자로 손꼽히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우 이 구조 속에서 기아차 지분 1.77%만을 갖고 있다. 기아차 및 비상장주 가치 상승으로 2조2000억원의 재계 5위 주식부자가 됐다. 하지만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정몽구 회장이 22.29%, 정의선 부회장이 31.88%의 지분을 보유, 총 54.17%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나 역시 마찬가지로 지배권이 확립된 비상장 계열사인 건설 계열사 엠코 등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보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글로비스는 2006년 상장 후 그룹 총수 일가가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는 비판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쉽사리 꺼내들기 힘든 ‘카드’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관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관건이다.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벌써 70세 고희를 넘긴지도 3년이 지났다. 언젠가는 정몽구의 강한 리더십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비단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한국 경제는 대부분 재벌가의 재계 승계로 이어져 온 게 사실이다. 분명 재벌가의 기업 사유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수출 주도 국가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실제 다른 선진 국가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온 바 있다. 하지만 일본 도요타나 혼다, 쏘니, 미국 포드, ‘존경 받는 재벌가’로 꼽히는 핀란드 발렌베리 가의 경우에서 보여지듯 4~6대를 거치며 자연스레 재벌은 전문경영인과 차츰 희석돼 갔다. 한국도 이러한 수순을 밟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그래서 정부 및 금융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지주회사’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세울 수 있는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함으로써 편법의 소지가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다는 것.
 
 이미 국내 4대그룹 중 LG그룹과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으며, 삼성도 삼성에버랜드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상태다.
 
 하지마 이도 쉽지만은 않다. 지주사가 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일정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때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이다. LG 역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전자와 화학 부문을 나눠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든 후 이를 통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법대로 정몽구가 정의선에게 자신의 지분을 물려줄 경우 50% 상속세에 최대주주에게 적용되는 할증률 20%에 자진납세 10% 감면을 더하더라도 상속 금액의 55%의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단순히 놀고 있는 현금이라면 내면 그만이지만 지배구조에 필수적인 지분을 절반 이상 세금으로 낸다면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배구조가 흔들릴 경우 과거 현대그룹이 그랬듯 경영권 다툼에 그룹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포드나 스웨덴 블렌베리 가문이 사용하는 차등의결권주(경영권 확보를 위해 의결권을 높인 주식) 발행을 검토하는 방안도 나온 바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경영 능력 ‘합격점’에 안도= 현대차그룹으로써 다행스러운 점은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1남 3녀의 장남으로써 재벌가 끼리의 분쟁 요소도 적은 편이다. 과거 8남 1녀의 현대그룹은 경영권 다툼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동년배에 재계 3세란 점에서 종종 비교되는 삼성그룹 이재용 전무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현대모비스-기아차 대표이사를 거치며 현대모비스 대표 시절 글로벌 부품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고, 적자였던 기아차를 ‘만년 2등’에서 현대차를 누를 수 있는 저력있는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 시켰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등극하며 그룹의 본무대에 올랐고, 모터쇼를 비롯한 각종 대외 활동에 나서는 한편, 그룹 내부 조직 혁신을 주도하며 취임 1년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탈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리더십을 통해 그룹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장점. 물론 사회공헌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재벌’이라는 안좋은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과제는 있지만 이 역시 해비치재단 등을 통한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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