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30일 스페인 중앙은행의 지난달 재정안정보고서를 인용, 스페인 은행권이 내년에 빚을 내 돌려막아야 하는 채무가 850억 유로(111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스페인 은행권이 보유한 전체 장단기 부채의 30% 가량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다만 은행권 총 부채의 50%가 2013년 이후 만기를 맞게 돼 차환 부담을 그나마 덜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스페인 저축은행권이 내년에 차환해야 할 부채도 300억 유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스페인 저축은행 수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유로화로 표시된 모든 은행채에 대한 스페인 은행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지난달 말 63베이시스포인트(bpㆍ1bp는 0.01%포인트)에서 이날 사상 최고치인 114bp로 확대됐다. CDS 스프레드는 채권의 부도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자금 조달시 부담해야 할 금리도 높아진다.
스페인 국채 대비 은행채의 CDS 스프레드도 361bp를 기록, 이달 한 달 동안 117bp 확대됐다. 이 역시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폭으로, 스페인 정부보다는 은행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경우 그 규모가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미 지원하기로 한 자금과 포르투갈이 필요로 하는 구제금융을 모두 합한 액수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로존이 조성한 75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펀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전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방안에 있는 커다란 코끼리는 포르투갈이 아니라 스페인”이라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스페인을 구제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