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언론 '수상한' 연평도 투트랙

2010-11-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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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중국 정부와 언론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에 외견상 달리 접근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는 가능한 한 말을 아끼면서도 '중립모드' 스탠스라면 언론은 북한의 주장을 가감없이 전하는 '북한 편들기'를 노골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항공모함 참가 한미 합동서해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와 언론은 비슷한 접근을 한다. 언론은 미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가 훈련을 핑계로 서해로 진입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그 '후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양국을 위협하고 있으나 정작 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뒷짐을 진 모양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5일자에서 "미 항모의 서해 합동군사훈련 참가는 남북한 포격전 이후의 불안감을 증대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그 항모가 북한을 겨냥한 훈련을 한다 하더라도 그 곳은 베이징 근처 해역인 탓에 그로인해 중국 사회의 감정은 연평도 사건에 대한 동정에서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경계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신문은 이어 "황해(서해)는 이미 중미 상호전략방위 범위의 새로운 긴장지역"이라며 "한국은 중미간 게임의 방향을 장악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곳이 양국의 전략적 각축장이 되면 북한과의 마찰은 물론 스스로 통제불가능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 항모의 황해 진입에 대한 반대는 확고하며 말로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평도 사건에 대한) 한국의 슬픔을 이해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 북한을 보복하려고 벽돌을 찾을 때에 중국 안전이익의 벽을 허물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보냈다.

아울러 관영 신화통신은 물론 중국의 대부분 매체들도 미 항모가 참가하는 한미 서해합동훈련이 이달 28일부터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이로인해 중국의 안보이익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도 전했다.

작전 반경이 600∼700㎞인 조지 워싱턴호 등의 항모 전투단에 베이징은 물론 동북 3성의 군사정보가 모조리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말 그대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안보불안 해소 차원에서 항모의 서해진입 훈련을 실시하려 여러차례 노력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좌절됐었다. 그러나 미 항모의 서해 진입훈련은 정례적으로 실시돼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런 주장은 다소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 정부의 태도다. 중국은 지난 6∼7월에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결연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비치면서 항전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서해 훈련에 대해 '관심을 갖다', 우려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관주('關注)'라는 표현을 써서 "관련 보도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우려를 표시한다"고만 했다. 강약 조절을 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앞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에도 중국 정부는 훙 대변인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발언을 통해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로 하루 빨리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표면상 '중립'에 치중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을 질책하는 단 한마디도 담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겉으로 볼 때 달라보이는 중국 정부와 언론의 태도를 주목하고 거기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결국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 이후 중국내 일부 매체들은 "연평도 근해에서 남한이 먼저 포사격을 해 대응조치로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다"는 북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싣고 있으며, 우리측이 이와 관련한 시정조치를 중국 정부에 요구하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의 방향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중국 매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에 대해 양비론적인 시각을 부각시키면서, 나아가 북한의 선제도발 회의론을 전파시키고 있으나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속수무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와 언론의 이런 '수상한' 연평도 투트랙 접근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간인까지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 감싸기를 할 경우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정부는 철저하게 '중립모드'를 지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언론은 연평도 포격사건의 본질은 분쟁지역인 그 곳에서 잦은 군사훈련을 강행한 한미에 책임이 있으며 그런데다가 미 항모까지 끌어들여 중국의 안보까지 위협한다는 인식을 중국 국민에게 심어줘 향후 대응에 활용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은 우리 정부다. 천안함 도발에 대해서도 결국 중국의 북한 편들기에 부딪혀 소리만 요란했을뿐 실질적인 북한제재도 이끌어내지 못한 전례로 볼때 이번에도 그런 상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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