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한 태극궁사들은 여흥을 즐길 시간도 없이 바로 바늘구멍 경쟁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출전 쿼터를 결정하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올림픽 국내 선발전도 치러지기 때문이다.
한국 양궁으로서는 선발전 자체가 세계 최강의 저력을 담보하는 수단이고, 특히 내년에는 선발전을 치러내는 방식이 곧 `런던 프로젝트'가 된다.
◇ 한 달 쉬고 바로 경쟁체제 = 남자부 임동현(청주시청), 오진혁(농수산홈쇼핑), 김우진(충북체고), 이창환(두산중공업), 여자부 김문정(청원군청), 윤옥희(예천군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주현정(현대모비스)은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26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이들 선수는 바로 내년 1월부터 태릉선수촌에 소집돼 `물갈이' 대상에 오른다.
최근 3차에 걸쳐 치러진 2011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남녀 4명씩 8명과 오는 7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자격을 두고 싸워야 한다.
한 달 휴식을 얻었지만 선수들은 마음을 푹 놓고 쉬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협회는 선수촌 합숙기간에 3차례 정도의 평가전을 치러 세계선수권 출전자 남녀 3명씩을 이르면 4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빛냈던 국가대표 4명 가운데 1명이 탈락하는 것은 확실하고 전체가 물갈이될 수도 있다.
도전자는 남자부 김주완(대전체고), 진재왕(계명대), 김성훈(한국체대), 구동남(서울시청), 여자부 장혜진(LH), 한경희(순천여고), 최현주(창원시청), 정다소미(경희대)다.
◇ 세계선수권 끝나면 진짜 무한경쟁 =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올림픽 출전자의 수가 결정되면 국가대표나 비국가대표나 모두 무한경쟁에 들어간다.
협회는 국가대표 3명을 고르는 올림픽 선발전은 기존 성적이나 경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제로베이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거나 세계선수권자이거나 최고의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선수이거나 세계기록 보유자이거나 오로지 사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기존 대표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재야'에 묻혀 있던 도전자들은 눈이 반짝일 수밖에 없다.
협회는 남녀 4개 거리의 기준 기록을 설정해 국제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에게 선발전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그래도 매년 선발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남녀부 110∼120명씩으로 경쟁률이 40대1에 육박한다.
◇ `족보' 없고 과목조차 모르는 선발전 = 국가대표를 꿈꾸는 `장수생(長修生)'들은 많지만 선발전은 과목을 아예 모르기에 `족보' 따위가 존재할 수도 없다.
협회는 국제양궁연맹(FITA)의 규정 변경, 출전할 대회의 성격, 대회 주최국의 특색, 경쟁국들의 동향, 국내 선수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등을 모두 고려해 해마다 선발전 방식을 바꾼다.
선발전 과목뿐만 아니라 채점 방식도 매년 달라서 특기를 집중적으로 연마해서 바늘구멍을 뚫겠다는 심산은 적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국체전처럼 과목이 정해져 있으면 계속 공을 들인 종목(특정 거리)에서 최고 선수들을 따돌리고 실업팀과 지방자치단체를 빛내는 수가 있다.
하지만 종합적인 내공과 기술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선발전은 아예 다른 차원의 얘기다.
협회는 체력과 정신력, 기술, 바뀐 규정에 대한 적응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장기간 치러지고 경쟁에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체력과 정신력, 기술의 우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담력과 승부욕 같은 각별한 능력을 측정하려고 선발전 일부를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악천후가 예상되는 날에 배정하기도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를 뽑았던 선발전 과목에는 규정 변경에 대한 적응도를 측정하는 세트제 적용이 두드러졌다.
세트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2차 선발전을 살펴보면 3명 가운데 1명이 기존의 기록누적 방식이라면 이겼겠지만 지면서 체에 걸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를 고르는 선발전의 방식은 다음 발부터 논의가 시작된다.
협회는 다음 달 13일부터 15일까지 지도자 강습회를 열어 전국의 각급 지도자 250여 명에게서 각각의 노하우와 불만, 합의된 제안을 담은 건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치열한 토의를 통해 나온 의견들은 협회 강화위원회가 선발전 방식을 확정하는데 준거로 삼을 수도 있고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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