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은 아는데 당신들은 모르는 것

2010-11-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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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 복무 중이던 대한민국의 두 아들이 희생됐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 건너 연평도로 떠났던 우리의 아버지 둘도 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국민은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국민의 대표’라고 칭하는 이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것 같아 개탄스럽기만 하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선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찬성 다수’로 채택됐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찬성 261표, 반대 1표, 기권 9표였다.
혹자는 말한다. “소수 의견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에서 ‘100% 찬성’이나 ‘100% 반대’야 말로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당론으로 반대한다’거나 ‘당론으로 찬성한다’는 얘긴 왜 하는지 묻고 싶다.
사태 직후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초당적 협력’ 운운하며 간만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듯 했다. 그러나 글자 몇 개를 넣어야 하니, 말아야 하니 하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북 규탄 결의안은 문자 그대로 북한의 잘못을 따지고 나무라겠다는 뜻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평화체제를 얘기하려면 차라리 ‘평화 촉구 결의안’을 냈어야 한다.
물론 국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들이 추구하는 이념과 노선이 국민의 생명보다 위에 있을 순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298명의 전체 의원 가운데 27명은 회의장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대체 당신들은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지 묻고 싶다. 회의 불참도 민의에 따른 의사표시란 말인가.
당신들에게 ‘국민의 대표’란 지위와 권한을 부여한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갔다. 국민은 무슨 일만 터지면 ‘네 탓’ 타령이나 부르고 ‘인증 샷’ 놀이나 하는 모습을 보려고 당신들을 뽑아준 게 아니다.

ys4174@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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