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한국 공수도 '눈물의 동메달'

2010-11-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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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공수도에 관심을 두게 하려면 꼭 금메달을 따야 했는데..."

25일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공수도 경기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건 대련(구미테) 남자 67㎏급의 이지환(21.광주 상무설악)과 여자 55㎏급의 안태은(20.양산대)은 경기 후 눈물을 줄줄 흘렸다.

한국 공수도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기는 처음 참가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남자 75㎏급의 김병철 이후 8년 만이다. 게다가 안태은은 한국 여자 공수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시상대 위에 올랐다.

이지환은 준결승이 끝나고부터 서럽게 울었다. 그는 알둘라 알로타이비(쿠웨이트)에게 아쉽게 4-7로 져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석연찮은 판정 탓에 관중석에서 야유도 있었다. 알로타이비는 미안했는지 매트 위에 엎드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이지환의 팔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이지환은 지난 7월 몬테네그로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공수도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라 아쉬움이 컸다.

다시 기운을 낸 이지환은 결국 동메달을 따고 나서 화려한 공중 제비돌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또다시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인터뷰 때에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8년 만의 메달이라 너무 기쁘다. 멍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문을 열더니 바로 한국 공수도의 서러운 현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동메달은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그래서 꼭 금메달을 따려 했는데..."라며 복잡한 심경을 추스르느라 잠시 말을 끊더니 "사람들이 `무슨 운동을 하냐'고 물어서 `공수도를 한다'고 대답하면 그게 뭐냐고 되묻는다. 우리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혼자 운동을 해야 한다. 내가 이번에 꼭 금메달을 따야 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공수도 선수는 3천여명이다. 하지만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아니라 체육관, 그리고 학교 동아리 등에서 자기 돈을 내고 운동하는 선수들이다. 실업팀도 하나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갈 곳이 없어 생계 때문에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 공수도인들은 공수도가 전국체육대회 종목이 아니라서 저변 확대에 애로가 많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지환도 이 같은 현실에 더욱 감정이 북받쳤던 모양이다. 이지환은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이번 메달을 계기로 `공수도가 재미있고 괜찮더라'는 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안태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조차 받지 못했다.

안태은도 "다들 안된다고 했는데 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밝혔다.

경주 근화여고 2학년 때 공수도를 시작한 안태은의 소망도 이지환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 때는 아니더라도 후배들이라도 마음 놓고 운동만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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