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을 놓고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 사이의 외교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ㆍ일본 등 3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약속한 반면 중국은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거리를 두며 북한 감싸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전화회담을 갖고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촉구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외교 수장은 또 한국을 포함한 3국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힐러리 장관은 이날 김성한 외교통상부 장관과도 전화통화를 갖고 대응방안을 협의하며 양국간 협력을 약속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겉으로는 ‘중립 모드’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선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는 등 과거처럼 또 다시 북한을 감싸고 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견지하고 최대한 빨리 대화와 접촉을 가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원 총리는 현재 엄중하고 복잡한 정세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유관 각 측이 최대한의 자제를 유지해야 하며 국제사회 역시 긴장국면을 완화하는 데 유리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 총리는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미국 등에 당일 연평도 근해에서 한국의 사전 포격이 있었고, 특히 올해 들어 서해 상에서 한미 양국이 잦은 군사훈련을 강행해 북한을 자극한 게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의 근본 배경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한ㆍ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이달 28일부터 미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서해 합동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 총리가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항모가 참가하는 한미 서해 합동훈련이 다시 북한을 자극하는 상황 악화조치로 여기며 이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태도로 볼 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더라도 중국이 천안함 사태 때와 같은 태도를 보이면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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