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19.1] 본선무대 오른 정의선 부회장

2010-11-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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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2009년 8월 21일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은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는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디자인 경영’으로 되살린 데 따른 승진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그룹 전체를 총괄할 역량을 갖춰는지 시험할 ‘본선 무대’에 오른 것이기도 했다.

◆현대차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날 “지난 1월 최재국 전부회장 퇴임 이후 장기간 공석이었던 현대차 기획 및 영업 담당 후임으로 기아차 정의선 사장을 전보, 승진 발령했다”고 밝혔다.

1999년 현대차 입사 후 12년 만의 본선무대 진출이었다.

지난 2005년 현대기아차 총괄 부사장에서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 전보한 정 부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쏘울 포르테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현재의 K시리즈와 R시리즈를 히트시키며 기아차를 한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핵심 경쟁력 강화 및 판매 극대화를 통한 지속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의 승진은 그룹 뿐 아니라 국내 재계 3세경영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어 양적인 면에서 ‘글로벌 톱5’를 구축한 현대기아차가 정의선 체제 하에서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특히 관심을 모았다.

즉 정몽구 회장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아들인 정 부회장이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 관심을 모아졌다. 특히 GM 포드 등 ‘미국 빅3’가 살아나고, 환율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어떤 해법을 내 놓을지가 관건이었다.

미등기임원이었던 그는 이듬해인 올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 이사회 정식 멤버가 됨으로써 아버지 정 회장과 함께 그룹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부회장 취임 1년 3개월 성적표=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그는 이전과는 약간 차별화 한 행보를 보였다. 기아차 대표 시절에는 브랜드와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 전념했다면 현대차로 옮긴 뒤부터는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하드웨어 측면에 주력해 왔다.

우선 정 부회장은 과거 기아차 때와 마찬가지로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베이징 모터쇼 등을 찾아 직접 주제발표를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또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때로는 해외 인재를 직접 영입하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영어는 물론 독일어도 비교적 능숙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소탈한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부지런함이라는 정 씨 일가의 DNA는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자신이 맡고 있는 기획 및 영업 분야는 물론 노사 재경 구매 연구개발(R&D) 등 그룹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내년 출시 예정인 ‘뉴 i30’를 폴크스바겐 골프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라는 특명과 함께 경기 남양연구소에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도록 하고,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즉각적인 대응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경영 외에 굵직한 국내외 행사에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임무다. 올들어 2월에 정몽구 회장과 함께 미국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방문하고, 6월 이명박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그룹 대표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업계의 평가는 아직까지 성공적인 연착륙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임원진도 본격 세대교체 작업= 올해도 연말이 다가오며 임원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 3대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전무의 승진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 역시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정의선 체제’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설이 돌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새 체제 하의 ‘옥석가리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연말 정의선 부회장 승진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과 기존 주요 경영진 퇴진 등 3세 경영을 위한 맞춤식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304명의 승진인사 중 200여 명이 40대의 젊은 임원들이었다. 당시 40세(현 41세)인 정의선 부회장을 보좌할 젊은 피를 수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 현대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 출신인 김용환 현대차 사장과 정의선 부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현대모비스를 이끌며 글로벌 부품사로 발돋움 시키는데 공을 세운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으로부터 ‘낙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오승국 베이징현대차 구매본부장,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 김순화 현대모비스 앨라배마 법인장, 송창인 품질본부장, 김한수 구매담당, 류재우 현대위아 차량부품사업본부장, 김수민 현대제철 부대설비건설본부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대로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 팽정국 현대차 사장,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 등 그룹 내 부회장 및 사장급 고위임원 4명은 퇴진했다. 김동진 김치웅 부회장 등은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현재를 만들어 온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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