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인천타워 등 야심차게 추진해온 초고층빌딩 건설 사업이 잇따라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비싼 땅값과 건축비 등 사업비가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건설이 추진된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 사업은 10여개. 이 가운데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롯데물산의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수퍼타워)와 부산 롯데월드가 전부다.
두 사업은 롯데그룹의 추진 의지가 강한데다 자체 자금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한 상황이다.
나머지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던 당시 추진됐지만 비싼 땅값과 건축비 등 사업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이 무산 위기에 내몰리거나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151층 인천타워는 100층 규모로 축소될 전망이다. 시행자인 미국 포트만그룹이 경기침체와 사업비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정안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은 결국 이를 받아들여 지난 23일 인천타워 높이를 낮추는 등 송도 6ㆍ8공구의 '송도랜드마크시티'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용산 랜드마크타워는 철도공사(코레일)와 사업자간의 갈등으로 한 때 무산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당초 665m 높이에서 500m(100층 안팎)로 낮춰 재추진되고 있다.
133층 상암DMC랜드마크타워도 토지대금 중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다음달 착공이 예정대로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행사인 서울라이트측은 다음달 증자를 통해 토지대금 3600억원 중 남은 금액을 서울시에 납부하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추진중인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서울시와 사업자간 1800억원에 이르는 기부채납 문제로 난항을 겪다 도서관 등 건물을 지어 내놓는 형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밖에 일산 킨텍스 업무시설, 부산 중동 해운대관광리조트, 센텀시티 내 WBC솔로몬타워 등도 자금난 등의 이유로 늦춰지고 있다. 인천청라지구 내 인천시티타워는 한국토주지택공사(LH)의 사업 재조정 문제로 보류상태다.
이처럼 초고층빌딩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 지방자치단체나 사업자들이 장밋빛 전망만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계획이 부동산 투자가 활기를 띨 당시 이뤄져 기획 자체에 거품이 끼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후 각종 규제와 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시행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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