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제조업 강국' 독일의 기업들이 기술인력난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극히 안정된 고용환경이 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독일 제조업체들이 1960년대 이룩한 '경제 기적' 이후 맞은 최악의 인력난 속에 숙련된 기술인력들을 상대로 보너스 세례를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지멘스와 포르쉐, 콘티넨털 등 내로라하는 독일 기업들은 최근 연봉인상 시기를 예년보다 2개월 앞당겼다. 내년 2월부터 독일 내 인력의 연봉을 2.7%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지멘스는 내년 1월 근로자 1인당 최고 1000 유로의 일시불 보너스도 지급하기로 했다.
페터 뢰셔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을 뿐 (연봉인상과 보너스 지급은) 별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독일 기업들이 이처럼 후해진 배경에는 제조업 중심의 독일 경제를 위협하기 시작한 끔찍한 인력난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기술자협회(VDI)에 따르면 현재 독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엔지니어는 4만3000명에 달한다.
독일 노동시장 연구소인 IAB의 요아킴 묄러 이사는 "독일에서 인력난이 불거진 것은 기업들이 올해 경기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고급 자동차와 기계설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올해 독일의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9370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독일의 안정적인 고용환경이 기업들을 인력난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의 실업인구는 2년여만에 처음으로 300만명 이하로 줄었다. 실업률은 7.5%에 그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를 근거로 실업률 4% 이하인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실업률을 낮추는 과정에서 계약직과 단축근무를 하는 상시직의 고용이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숙련된 기술인력 양성과는 거리가 먼 고용환경이다.
묄러는 독일이 터키와 이탈리아 출신의 비숙련 노동자들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1960~1970년대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첨단 기술인력을 해외에서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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