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경우에 한해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피임기구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온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다소 다른 의미의 이 같은 발언은 교리 옹호를 주장해온 강경파의 입지를 좁히는 등 문제화되고 있다.
교황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세상의 빛(Light of the World)'에서 남성 매춘부들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인 책임을 다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가톨릭 교단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혼동스럽다' 혹은 '어리둥절하다'에 가깝다.
교황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이에 따라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지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와 병원 등에 조언을 하는 필라델피아 전국가톨릭생명윤리센터의 존 하스 센터장은 현 상황을 '뒤죽박죽'으로 규정했다.
그는 "진위를 파악하지 못한 주교들의 전화를 온종일 받았다"면서 "교황이 바티칸 대변인이 전한 말을 정말 했는지 판단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은 이와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의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스페인의 안토니오 마리아 로코 바렐라 추기경은 스페인 주교협의회에서 교황의 콘돔 발언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카를로스 아미고 추기경은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교회 지도자들이 교황의 책을 우선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안데스산맥 인근의 중남미 국가들은 언론 매체에서조차 교황의 발언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고 브라질 주교회의는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미국 주교회의도 어떤 성명도 내지 않았으며 교황청에 질문하지도 않았다.
윗선에서 이처럼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다 보니 실무적인 선에서 대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가톨릭 자선단체들이 콘돔과 관련된 정책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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