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용성 기자) 세계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LG전자의 에어콘이 중국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25일 업계와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LG전자의 에어콘 판매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지 시장연구기관인 AVC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LG 에어콘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으로 0.21%, 매출액 기준으로 0.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의 점유율은 각각 0.75%, 1.05%였다. 이에 더해 업체별 점유율 순위에서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중국시장 에어콘 판매량은 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시장점유율로 따진다면 LG전자의 올해 판매량은 6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LG전자로서는 '굴욕적인' 성적표다.
이에 더해 최근 확정된 2011년 가전하향(家電下鄕, 농민들이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일정액을 환급해주는 제도) 대상제품에서 LG전자의 에어콘이 제외된 점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674개였던 가전하향 대상 에어콘 제품은 내년에는 1058개로 확대된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21개 포함됐다. 수혜대상 에어콘업체도 19개에서 25개로 늘어났다. 올해 LG는 12개 제품이 가전하향정책 대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LG전자는 또한 이달초 열렸던 '제4차 가전하향 선정회의'에 아예 참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지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에어콘사업 철수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칭다오(靑島)신문망은 25일자 기사를 통해 "최근 몇년동안 LG 에어콘은 각지의 사무소와 판매법인을 서서히 철수시키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2003년만 해도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LG 에어콘은 2006년 '리퍼비시' 사건을 계기로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리퍼비시사건은 당시 LG전자가 중고 에어콘을 새 제품으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는 사실을 전직 LG 직원이 폭로함으로써 빚어졌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더해 현지 가전업체들의 제품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LG의 쇄락을 앞당겼다. 현재 중국 에어콘시장은 현지 업체인 거리(格力), 메이더(美的) 하이얼(海尔) 등 3사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업체들에 비해 월등한 유통망과 가격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LG전자가 현지 유통망확충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지 가전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파나소닉과 비교해서 LG는 현지 유통망을 소흘히 한 채 구어메이(国美)나 수닝(苏宁)같은 대형 양판점에만 의지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LG전자는 지난해 이미 중국에서의 에어콘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으며 결국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에어컨 사업은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며 "잘 되고 있는 사업을 철수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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