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이 바뀌고 있다

2010-11-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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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타닥, 타닥, 타닥” 대학생 강의실이 바뀌고 있다.

K 대학교 인터넷 까페 익명 게시판에 한 학생의 불만 가득 찬 글이 올라와 있다.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해 필기하는 것은 개인 자유니 뭐라 할수 없지만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 “자기 편의를 위해 노트북을 사용하는건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안되게 최소한 키스킨이라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최근 노트북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수업시간에 일일이 손으로 받아적던 노트필기를 이제 노트북이 대신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노트 대신 노트북을 켜놓고 사용하는 모습이 최근에는 보기 힘든 일이 아니다.

“여러분 지난 시간에 학습 자료실에 올렸던 자료 프린트 해 오셨죠?”란 교수님의 물음에 한 학생이 프린트물 대신 노트북을 꺼냈다. 이렇듯 노트북의 장점은 단지 노트필기 뿐만이 아니다. 책이나 논문 등을 일일이 복사하거나 출력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노트북에 저장해 아무 때나 열어 볼 수 있다. 교수님들이 수업 자료실에 수업관련 자료를 올리면 학생들은 즉시 다운받아 출력할 필요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열어본다.

고려대학교 행정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조광래씨는 “박사과정 동기중에 노트북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2대씩 보유하고 있는 동기도 있다”며 노트북 구매 이유를 프레젠테이션(PPT)작업, 논문작성 등으로 꼽았다. 또 “노트북을 사용하기 전에는 몇 백 페이지씩 되는 논문을 직접 프린트 해야 됐지만 이제는 간단히 노트북에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하면 사이트에 가서 바로 열어 볼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저렴한 노트북의 보급은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일명 ‘넷북’이라고 하는 제품은 화면 크기가 10인치 안팎에 불과한 신개념 미니 노트북이다. 웹사이트 서핑, 이메일, PPT, 기본 문서작업 등을 사용하기에 부담없이 나온 넷북은 노트북의 기본 기능을 압축해 놨으며 저렴한 제품은 3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사용자들이 위에 언급한 기능처럼 간편한 용도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성능적 측면을 다소 포기하고 획기적으로 크기를 줄인 넷북을 출시해 시장을 파고들었다. 노트북으로는 크기와 무게 때문에 이동하면서 사용하기에 번거로웠던 많은 일들이 수월해지면서 최근 넷북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한양대 신소재학과에 재학중인 김다은씨는 “요즘은 도서관이나 수업중에도 많은 학생들이 넷북을 쓴다”며 “넷북이 없으면 심심하다. 학교뿐 아니라 통학 시에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영화, 동영상강의등을 본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노트북이 없거나 혹은 급하게 필요한 학생들 편의를 위해 노트북 대여를 실시하고 있다. 한 대학교 IT지원 센터에서는 하루 대여 20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으며 대여일 기준 4일 초과시 하루 사용료에 2000원의 연체료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적는 필기가 아닌, 노트북 필기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트북 필기 소리가 시끄러워 때로는 ‘사각, 사각’ 손으로 쓰는 필기소리가 그리워지는 건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글을 쓴 비단 그 학생만은 아닐 것이다.

honestly8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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