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삼성전자가 완성제품(DMC)과 부품(DS) 부문으로 조직을 다시 나누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직 분리로 인한 이익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윤우 부회장은 24일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 이원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전혀 계획된 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부품 부문의 주요 고객사들과 완성제품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이와 관련한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이들 양부문의 조직을 이원화했지만 올해 이를 다시 원상태로 돌렸다. 이는 양 부문으로 조직이 나뉘면서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
하지만 최근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HP·델 등 주요 PC 사업자들과의 관계 역시 최근 삼성 PC사업이 선전을 거듭하면서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상대인 애플은 삼성의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사용한다. 과거 애플 아이팟이 세계 1위 MP3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것 역시 삼성전자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반도체를 공급해 애플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삼성전자 MP3 플레이어 ‘옙’이 더욱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원인을 삼성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아울러 제품 부문 간의 컨버전스화가 이뤄지면서 완성제품 사업부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고객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DMC 부문의 수장으로 사업부장 가운데 선임급 인사가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관련된 추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이 사업부문별 분리 경영 가능성을 강력히 부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계열분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인사 시기와 규모, 세대교체 등에 대한 질문에 함구로 일관했지만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 직과 함께 DS부문장을 맡으며 분리 경영의 ‘득’(得과) ‘실’(失)을 정확히 경험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2년 전 조직 분리를 시도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이를 또다시 시행할 가능성은 적다”며 “최대한 고객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완성제품 부문과 부품 부문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모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삼성전자는 단순한 IT 1위 기업이 아닌 인류에게 새로운 삶과 혁신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람이 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는 관련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했는지에 달려있다”며 “창조는 끊임없는 모방에서 나오는 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때에 가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것”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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