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23일 연평도 도발로 시작된 남북한 긴장국면이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 불과 10여일 남짓한 기간 안에 감행된 북한의 도발로 우려됐던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G20 개최에 따른 '코리아 프리미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아일랜드발 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정요인이 산재한 상태에서 남북한 긴장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환율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무분별한 외화유동성 유입을 막을 추가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연평도 사태가 터진 만큼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를 유도하기 위해 선물환 포지션 추가규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본지는 24일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 겸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경제전문가 5인과 긴급 전화인터뷰를 통해 연평도 사태에 따른 금융 및 경제전망을 들어봤다.
-연평도발 충격이 안정되는 모습인데 어떻게 봐야 하나.
△오석태 상무=같은 생각이다. 학습효과다. 천안함 사태 때도 결국 주식 산 사람이 이기지 않았나.
△안순권 연구위원=우리 정부가 군사적으로 대응하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 선에서 북한의 속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무디스도 우리 국가신용등급 유지하겠다고 했다. 시장에서 여러 사람들의 견해는 이번 사태가 이 정도 선에서 정리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주가·환율의 변동성이 적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홍순영 선임연구위원=내국인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외국인들은 이것이 기회라고 보고 매수를 하는 것 같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처럼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전형적인 투자자의 행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지 위기가 가라앉게 되면 더 올라왔다. 국내 데이타를 볼 때 장기적으로 안정화되면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시장은 생각보다는 충격을 덜 받은 것 같다.
-G20 개최에 따른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로 봐도 되나.
△안 위원=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G20 개최로 국제사회에서 민심을 많이 얻은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오 상무=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는 세계경제가 G20 개최로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작용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결국 한국이 그만큼 중요한 나라라는 것을 입증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허 팀장=G20 끝나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사태가 이를 다시 일깨워주었다는 측면에서 잘 관리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향후 금융시장 전망은 어떤가.
△안 위원=우리 정부로서는 선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를 생각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볼 때는 유엔안보리 제재를 받는 정도의 선에서 매듭짓는 게 우리로서는 실리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과잉대응하는 게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는 것이다.
△오 상무=제한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나 대체적인 컨센서스가 북한의 치밀한 계획하에서의 도발이었다는 측면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든지 어쟀든 긴장유지를 위해 뭔가 추가도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 팀장=1~2주내에 새로운 이벤트, 즉 전면전과 같은 심각한 시나리오로 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금융시장에서만큼은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 대책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키로 하겠다고 밝힌 것도 안정화에 대한 의지로 읽혀진다.
△홍 위원=금융외적인 측면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미국, 중국도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북측이 오판하지 않도록 정부가 보다 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안 위원=CDS프리미엄이 어제 100까지 갔다가 오늘 많이 떨어졌다. 며칠 지나면 80 이하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 한달 정도 지나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외자조달 여건도 예전처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차입여건이 나쁘지 않은데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정부로서도 외화유동성 공급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국제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게 오히려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홍 위원=지금 상황에서는 특별한 대비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다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적 불안상황이 계속될 경우 적지 않게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협회 등과 긴밀한 대화채널을 유지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다만 개성공단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북측도 개성공단 문제까지 들먹이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외자규제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김상조 교수=자본통제 정책이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에 도움이 될 거냐에 대한 판단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콘트롤 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내놓은 선물환 및 국채 소득세 부과조치는 응당해야 할 것들을 안한 것 뿐인데 그 정도 수준으로는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의미있는 거래비용의 상승효과를 거두려면 훨씬 고강도의 정책수단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게 안정성 있는 경제구조 안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의 여부가 검증되지 못했다.
△오 상무=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부활조치를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게 됐다. 추가적인 외화유동성 투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구두전달 선에서도 암묵적인 도입여부는 퍼져있는 상태다. 적어도 채권 소득 원천징수 부과는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홍 위원=전 세계 어느 나라가 외환정책을 시장에 맡기겠나. 도덕적 해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외자규제는 허용해야 마땅하다.
△허 팀장=선물환 추가 규제 대책 강구는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금융정책 측면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을 도입하면서까지 금융시장 발전 방향을 잡아 왔는데 선물환 규제는 시장을 죽이는 것이다. 시장을 죽여놓고 외환시장이나 기업들의 헤지를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선물환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금융시장 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안 위원=정부도 유연한 외환정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번 사태가 예상밖일 것이다. 채권투자 규제는 당연히 해야 한다. 국채과세 부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선물환 규제는 굉장히 영향이 크다. 외국인 자금 유입정도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유연하게 하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지금은 보류했다가 어느 정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내려갈 때 시행해야 하는 게 맞다.
정리=김선환 경제팀장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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