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삼성의 복원될 그룹조직의 수장을 맡은 김순택 부회장이 계열사 사장들 앞에서 몸을 한껏 낮추고 ‘미래 대비’를 강조했다. 신수종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컨트롤타워 복원이 내포하고 있는 방향을 계열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다시 천명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24일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각사가 하려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를 도와주는 일’을 복원될 컨트롤타워의 역할로 앞세운 것은 김 부회장이 앞서 신임 수장으로 선임되고 난 직후 “군림하는 조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이를 계열사 사장들 앞에서 재차 공언함으로써 이미 2년 이상 독립경영을 경험한 삼성 계열사들의 성과를 안고 가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이어 “삼성이 이뤄낸 성과는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회장께서는 지금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아울러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올 변화를 적시하고 미래를 대비하자”고 강조해 컨트롤타워의 복원이 신수종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 부회장은 “계열사들이 힘을 합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해 계열사별로 흩어져 추진됐던 신수종 사업군을 조정하는 등 체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은 현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태양전지, 삼성SDI의 자동차용 전지, 삼성LED의 LED사업, 삼성전자와 삼성의료원, 삼성테크윈 등이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사업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개발하고 있다.
삼성은 2020년까지 태양전지 사업에 6조원, 자용차용 전지에 5조4000억원, LED에 8조6000억원, 바이오제약에 2조1000억원, 의료기기에 1조200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5대 신수종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김 부회장이 키를 쥘 컨트롤타워가 계열사별 중복사업 조정에 우선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삼성의료원과 삼성테크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에스원 등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여기에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삼성LED의 지분조정 이슈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삼성LED의 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는데, 향후 LED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로 중심축이 이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 과정에도 김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의 태양광 사업에는 삼성정밀화학(폴리실리콘), 삼성코닝정밀소재(기판·잉곳·웨이퍼), 삼성전자(태양전지·모듈), 삼성에버랜드(태양광발전소 시공), 삼성물산(발전소 운영)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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