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서방 매체들은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와 관련, 중국이 천안함 사태때처럼 북한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 인터넷판은 24일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부교수의 발언을 인용, 중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적절한 입장을 속히 표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WSJ는 대낮에 발생한데다, TV화면을 통해 북한의 무차별적인 포격 상황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번 사태와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한밤 중 해수면 아래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 때만 해도 중국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수용하길 거부한 채 모호성을 견지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런 모호성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딜러리 교수는 "나는 이 사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신속하게 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이 `시간끌기'와 `물타기'를 시도할 시간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SJ는 "이번 싸움은 중국을 위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북한은 미쳤다"라는 한 중국 네티즌의 논평을 소개하면서 중국 지도자 중 최소한 몇명은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FT 인터넷판도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 이번 사태가 중국 외교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이 이번 사태에 강한 분노를 표명한 미국과 달리 차분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최근 북한이 미국 전문가들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을 때 보인 반응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때 중국은 6자회담의 신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먼저 비핵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적극 `어깃장'을 놓았지만 이번에는 관련 당사자들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소극적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FT와의 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 외교에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며 "중국은 북한 문제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만약 북한이 이번 사건 이후로도 계속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국 정부에 중대한 차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