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서울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체벌금지가 시행된 이후 우려됐던 교권침해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교사에게 대들거나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체벌금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교사 체벌금지를 강행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조차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2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지난 13일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생 여러분과 선생님이 함께 웃을 때 꿈의 학교 문이 열립니다'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보냈다.
곽 교육감은 이 서한문에서 "최근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심지어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하는 때도 있어 현장 교사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정말 여러분에게 매가 필요한 것인가"라고 스스로 반문했다.
이는 체벌금지 시행 이전부터 이를 반대하던 이들이 최근 일어나는 체벌금지 부작용을 거론하며 '체벌금지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 내 체벌금지는 시행 이전부터 '교사의 학생 통제력 상실을 야기한다'는 의견과 ‘상벌점제’로 인한 학생들의 '낙인효과'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교사들은 체벌 전면 금지는 교육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처사라며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인 박 모씨는 "체벌을 금지하는 등 학생들의 인권보장에는 찬성하지만 체벌 전면 금지는 반대"라며 "훈육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상벌점제'와 '교실퇴장'은 간혹 실수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까지 점수로 아이들에게 좌절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이 모씨는 "내신에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에게 수행평가 몇 점을 깎거나 항상 말썽을 부려 점수가 깎이는 학생들 모두에게 '낙인효과'가 나타나 정서적으로 악역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미 점수화된 교육현장에 교사가 선생님이 아닌 감독관으로 전략해 훈육방식까지 서열세우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는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상호 존중돼 인권·학습권·교권이 존중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벌점제'가 학생과 교사간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데 예방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사제간의 거리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김 양도 "체벌은 싫지만 그렇다고 체벌이 전면 금지돼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다"며 "간혹 선생님 스스로 학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학생인권 보호를 위해 체벌금지를 지지한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체벌을 전면 금지해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효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며 "교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일선 교사들의 적극적 자기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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