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베트남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렴한 주가와 성장 잠재력을 평가받으며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주가수익비율(PER) 추이(위/단위:배)-각국 증시 주요지수 추이(2010년 1월 1일=100 달러 기준/출처:FT) |
2007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트남 증시에서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이 중국과 인도에 버금가는 경제 회복력을 과시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베트남 증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지역 다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주가도 투자심리를 북돋고 있다.
베트남 현지 브로커에 따르면 외국인은 호찌민 증시에서 올 들어 4억 달러 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거래량도 최근 2개월간 크게 늘었다. 케빈 스노우볼 PXP어셋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두 달 사이 전체 거래량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년 평균치인 5%에서 15~20%로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비중이 커진 것은 베트남 증시의 주가가 인근 동남아지역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XP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6배로 태국(14.4배)이나 인도네시아(17.4배), 필리핀(18.6배)에 비해 크게 낮다.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올해 베트남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평균 증가율은 다른 동남아지역 기업들에 비해 높은 27%로 전망돼 두드러진 성장 잠재력을 과시했다.
빌 스툽스 드래곤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가는 크게 떨어졌는지 몰라도 기업들의 순익은 여전하다"며 베트남 증시가 곧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드리안 쿤디 비나시큐리티즈의 리서치 부문 대표는 "베트남과 주변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갭(Valuation Gap)이 크다는 점도 베트남 증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베트남 증시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부족한 데다 회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단적인 예로 베트남 증시에는 시가총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종목은 8개뿐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주식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며 "베트남 기업들의 적잖은 부채와 정부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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